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심 Feb 27. 2023

INFJ가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법

주 3회 이상은 꼭

생각 멈추는 법을 모르는 내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은 산책이다. 내게 산책하는 시간은 아주 중요하다. 아무리 바빠도 주 3회 이상은 무작정 걸어야 한다. 준비물은 편한 신발이면 된다. 휴대폰은 잠시 무음모드로.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대낮만 아니라면 언제든 가능한데, 늦은 저녁이 좋다. 산책 나온 강아지를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시간대다. 주로 산책하는 코스는 집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동네 뒷산이다. 날이 좋으면 매일 가기도 하는데, 봄과 가을에는 나의 일과에 산책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바람에 뒷산에 꿀 발라놓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오늘은 무슨 생각을 해야겠다’ 주제를 정해놓지 않아도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머릿속은 생각으로 가득 찬다. ‘산책을 하며 사색을 즐긴다’는 표현이 있지만, 사색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거창한 느낌이 있어 썩 좋아하지 않는다. 사색을 '즐긴다'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단지 숙제처럼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잠길 뿐이다. 용량이 가득 찬 생각 창고를 주기적으로 비워줘야 하는 숙제.


침대에 널브러져 생각하는 시간도,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카페에 앉아 생각하는 시간도 좋지만, 아무래도 산책하며 생각하는 시간이 가장 좋다.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아?’, ‘넌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라는 말을 핀잔처럼 자주 듣는 탓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시간은 괜히 눈치가 보인다. 걷기 운동이라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서 생각에 잠기는 건 그나마 죄책감이 덜하다.


'그때 그 말을 왜 했을까? 그 말 대신 이 말을 했으면 어땠을까? 내가 너무 감정적이었나? 그때 무슨 말을 했을 때 다들 웃었지? 1월 1일에 계획한 것 중에 몇 개나 지켰지? 그나저나 그 애는 왜 몇 달째 연락이 없지? 내가 뭐 실수한 게 있나?...'

한 갈래의 생각으로 접어들었다가 옆길로 새기도 하고 다시 돌아와서 한동안 머물렀다가 하늘을 날아서 다른 차원의 생각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익숙한 길을 걸으며 후회하고 반성하고 다짐하고 포기한다.


발바닥이 저릿하고 종아리가 땅겨오면 슬슬 하산한다. 뒷산에 버리고 온 걱정과 고민이 한 짐이라 돌아오는 길의 머릿속은 제법 가볍다.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풀린 듯 개운한 기분마저 든다. 내가 산책을 반신욕에 비유하는 이유다. 보통 버리는 생각이 많지만 주워 오는 생각도 많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번뜩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 메모해 둔다.


이렇듯 산책은 단순 유산소 운동으로 치부하기엔 내게 너무도 건설적인 행위다.


저 멀리 우리 집이 보이면 천천히 생각을 멈추고 현실로 복귀한다.

새로운 고민과 걱정을 채워 넣을 생각 창고와 함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