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요?"
‘회사에서 왜 혼자 밥 먹어요?’ 를 생각보다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셔서 먼저 써두고 업로드를 고민하고 있었던 ‘왜 혼자 퇴근해요?’ 를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어른이라면 회사에서 상사와 밥도 먹을 줄 알아야지’라는 핀잔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남겨주신 댓글들을 보니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내향인이 살아가기에 그리 팍팍한 세상은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https://brunch.co.kr/@yesjoon/12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지만 험난한 퇴근길을 위해 아끼고 아껴 약 5%의 에너지를 남겨둔,
그러나 그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쏟게 생긴 내향인의 퇴근길은 누군가의 한마디로 시작된다.
“같이 퇴근해요”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 틈에서 당신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일은 업무의 연장선이고요. 집에 가서 뭐 먹을지 고민하기도 바쁜데 자꾸 일 얘기나 하는 당신은 그렇게 일이 좋으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시고요.
당신이 어디 사는지 물어보는 건 남은 5%의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지 정하기 위함이에요. 애석하게도 저는 전철의 굉음을 뚫어가면서까지 대화를 할 만큼 에너지가 넉넉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사람들로 가득 찬 전철에서 얘기하는 건 부도덕한 행동이니까 눈치껏 조용히 해주시고요. 낮말은 새가 듣고 퇴근길 말은 상사가 듣는다는데 자꾸 그렇게 실명을 거론하시면 계속 주변을 스캔하며 눈치 보는 건 내 몫이고요.
우리 둘 사이에 자리가 났을 때 서로 양보하다가 마지못해 내가 앉는 그림은 최악의 시나리오예요. 중심을 못 잡아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내리기 전 인사해야 할 타이밍을 잡는 것도 낯 뜨거워 조마조마하고요. 인사하고 나서 문이 열리기까지의 어색함을 견디는 건 속 터지고요. 돌아서자마자 에어팟을 귀에 꽂으면 너무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사실임) 눈치 보며 시간차를 두는 내 모습은 누가 봐도 INFJ네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나도 이제 퇴근할 건데, 같이 가요.”
“왜요?”
“아, 저는 어디 들를 곳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