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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Jul 07. 2024

혼자라는 건 뭘까?

여행 단상

튀르키예에서 나는 혼자된 사람들을 자주 생각했다.

나는 

나를 생각했고, 요양원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생각했고, 땅에 묻힌 강아지를 생각했다. 

아동보호시설에서 막 나온, 얼마쯤의 돈을 가지고 세상에 던져진 아이들을 생각했다.


혼자가 된다는 건 무엇인가?

할머니는 근육이 다 빠진 육신에 갇혀 있다. 의식은 현재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고 혼자 과거를 떠돈다. 

부드럽고 따뜻했던, 발바닥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던 강아지는 산책을 하다 차에 치여 죽었다. 고양이를 쫓다 줄이 풀려버린 탓이다. 강아지는 집 뒷산에 홀로 묻혔다.


나는 혼자인 나를 생각했다. 

그동안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정말 혼자인가?

기댈 곳 없이 드넓게 펼쳐진 언덕 위에 홀로 서 있을 때 나에게는 전화할 곳이 있었고 돌아갈 집도 있었다. 

얼기설기 꺼낸 말을 잠자코 들어줄 사람이 있었다.

마음이 꽉 차 터질 것 같이 기쁜 날에, 세상에 흠씬 얻어맞아 억울하고 슬픈 날에 덜어 놓을 글이 있었다.


이스탄불을 감싸고 서 천 년을 버텼다는 성벽을 보면서 혼자가 된다는 건 어떤 건지 생각했다. 

힘껏 소리 질렀는데 벽에 부딪혀 다시 되돌아온다면. 아니, 벽마저도 없는 허공이라면.


계단을 올라 숙소 앞에 다다랐다. 어두운 골목에서 아이를 둘러메고 폐지를 줍는 어머니를 봤다. 그녀는 생수병을 들고 한 모금 물을 마셨다. 그녀는 집이 없었다. 집이 있는 어머니가 으슥한 밤에 아이를 데리고 길거리를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혼자된 사람들.

오갈 데 없고 의지할 데도 없는 사람들.

어둡고 축축한 길을 천천히 건너는 사람들.

그러다가 생수를 한 모금 마시는 사람들.


어쩐지 부끄러웠다.

아기를 안고 생수를 마시는 엄마와 눈이 마주친 탓일까.

그들을 못 본 척하고 들어와 다시 외로워진 탓일까.

숙소 문은 무거웠고, 닫힐 때의 소리는 더 무겁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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