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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Feb 18. 2022

영화를 보며 생각한 것들...<리코리쉬 피자>

힘 빼고 만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천재 감독이라는 칭호를 들었던 감독들은 상당히 많다. 데뷔작부터 세상을 놀라게 하는 작품을 만든 감독들에게 보통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최근 개봉한 <리코리쉬 피자>를 연출한 폴 토마스 앤더슨도 이런 이야기를 듣는 감독이다. (보통 폴 토마스 앤더슨이라는 이름이 길어서 PTA라는 약자로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이 처음 만든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영화이다. 심지어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하고 비디오로 직행한 영화였으니 말이다. 영어 제목은 <Hard Eight>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리노의 도박사>라는 어정쩡한 제목으로 출시가 되었다. 출시 당시에는 별로 유명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에 출연한 귀네스 펠트로가 국내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뒤늦게 영화팬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국내 영화 팬들에게 PTA의 인지도가 올라간 것은 그의 두 번째 영화인 <부기 나이트>를 통해서였다. 데뷔작도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이 두 번째 영화가 여러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후보에도 오르면서 국내에 PTA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영화 또한 소재가 너무 쎄서 흥행적으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영화들이 개봉을 했지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나마 톰 크루즈가 출연한 <매그놀리아>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데어 윌 비 블러드> 정도가 소소한 흥행을 했을 정도이고 그의 영화는 길고 지루하고 어려운 영화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PTA의 영화들을 국내에서 보는 게 쉽지 않게 되었다. 이번에 개봉한 <리코리쉬 피자>도 작년에 공개되었지만 국내에는 창고에 묵혀 두었다가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에 맞추서 개봉한 듯하다. 그리 많지 않은 개봉관으로 말이다. 아마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면 더 적은 수로 개봉했을지도...


 <리코리쉬 피자>는 어린 시절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담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영화 내외적으로 감독의 일상이 차곡차곡 쌓아서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가장 특이한 점은 처음 연기를 하는 두 배우가 남녀 주인공 역을 맡은 부분이다. 여자 주인공인 앨라나 케인 역을 맡은 Haim이라는 3인조 록 밴드의 막내인 앨라나 하임이다. PTA는 이들 밴드의 여러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인연이 있다.

https://youtu.be/z1LLWHroWgA

[PTA 가 연출한 Haim의 <Right Now>]

 실제 영화에도 이 세 자매가 직접 출연을 하고 이들의 부모도 나온다. 아버지 역할을 연기한 실제 앨라나 하임의 아버지의 대사의 대부분은 애드립이라고 한다. 그리고 PTA의 부모님과 이들 부모님도 서로 아는 사이라고 하고 PTA가 중학교 때 앨라나 하임의 어머니의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영화에 출연한 Haim 가족들]

 이 당시 PTA는 앨라나 하임의 어머니를 좋아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 부분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본인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걷다가 10대 청소년들이 본인들 보나 나이가 많은 여성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고 어릴 때 본인의 기억이 떠올라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원래는 그동안 PTA가 만들었던 영화들과 비슷한 흐름의 심각한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중이었는데 시나리오가 잘 풀리지 않다가 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이 쪽 시나리오가 너무 잘 풀려서 기존의 작업을 멈추고 <리코리쉬 피자>를 찍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PTA의 다른 영화들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힘을 빼고 만든 이번 영화가 근래의 슬럼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된 게 아닌가 한다. 솔직히 <The Master> 이후 PTA의 영화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박하게 평가하면 뒷걸음질하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번 영화로 이것이 기우였다는 걸 확인하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앨나라 하임과 마찬가지로 남자 주인공 개리 역을 맡은 쿠퍼 호프만 역시 이번 영화가 처음으로 연기를 한 작품이라고 한다. 쿠퍼 호프만의 외모와 이름에서 살짝 힌트를 얻었을 수 있지만 쿠퍼 호프만은 PTA와 여러 작품을 같이했었던 연기파 배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아들이라고 한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쿠퍼 호프만을 떠올려서 PTA가 오랜 기간 설득을 통해 영화에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을 느끼겠지만 절대 이 두 명의 배우가 처음 연기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감독의 연출이 가장 큰 몫을 했겠지만 이 둘이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 영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PTA와 영화 작업을 같이 하거나 하고 싶었던 배우들도 여러 명 등장한다. PTA의 페르소나와도 같은 존 C 라일리 배우도 아주 짧게 남아 카메오로 출연을 한다. 그리고 수년을 걸쳐서 PTA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인터뷰를 해오던 브레들리 쿠퍼도 존 피터스라는 실존 인물을 역할을 맡아서 출연한다. 이 영화에 출연한 어린 배우들은 브레들리 쿠퍼가 이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이 처음 영화에서 브래들리 쿠퍼를 만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반응은 실제 놀라는 반응이고 이게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고 한다. 재미난 사실은 존 피터스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A Star Is Born>을 제작했는데 이 역을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가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온 역할들도 나오는데 50년대 전쟁영화에 출연했던 고전 할리우드 배우인 윌리암 홀든을 모티브로 만든 잭 홀든 역에는 숀 펜이 유명 감독인 존 휴스턴에서 모티브를 따온 역할은 톰 웨이츠가 맡아서 출연을 했다. 이렇게 할리우드의 주변 인물들을 다루는 모습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떠올리게 하고 이 영화는 PTA 식으로 그려낸 판본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 외에도 디카프리오의 아버지라든가 스필버그의 딸 같이 실제 할리우드의 셀럽들의 가족들이 아주 작은 역으로 등장을 해서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본인이 영향을 받은 감독들에 대한 언급을 할 때가 많은데 필자는 이번 영화를 보면서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향이 느껴졌다. 전혀 다른 결의 영화이지만 에드워드 양이 본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만들었던 <하나 그리고 둘>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적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만 그리고 연관성은 그다지 없어 보이지만 본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담담한 느낌으로 어깨에 힘을 빼고 만든 느낌이 들어서인지 불현듯 이 영화가 떠올랐다. PTA 감독이 이후 어떤 영화를 더 만들어 낼지는 모르겠지만 왜인지 이번 영화를 통해서 힘을 빼고 영화를 만드는 방식을 찾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어떤 스포츠든 힘이 들어가면 좋은 성적이 안 나온다고 하는 것처럼 앞으로 그가 만들 영화들도 힘을 빼고 좋은 영화들을 계속해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가벼운 느낌이어서 약간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의 영화를 아직 접하지 못해 봤거나 조금 어렵다고 느껴졌던 관객들에게는 그의 영화 세계에 입문하는데 가장 좋은 영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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