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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대디 Jan 18. 2024

경찰을 때렸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 상해죄] 경찰을 때리면 무조건 처벌 받나요?



경찰을 때렸다


이상해씨는 어느 날 친구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한잔 걸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평소에 장이 안 좋아 고생하는 그는 배가 살살 아파오는것 같아 초조해 하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까지는 화장실이 없어 15분 가량을 조심해서 귀가해야 한다. 갑자기 뱃속에서 기름이 둥둥 떠오르는 느낌이 나더니 급하게 신호가 왔다. 평소에 겪어 보지 못한 아주 강력한 느낌이었다.

'이번건 굉장히 위험하다!'

이상해씨는 한걸음 한걸음 수를 놓듯이 조심히 걷기 시작했다. 이마를 타고 얼굴까지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걸음걸이는 누가 봐도 이상할 정도로 불안정했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잠시만요.'

뒤를 돌아보니 정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서있었다. 무슨일이냐고 물었더니 자세한 설명 없이 걸음걸이가 수상해 불심검문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상해씨가 자신은 관계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을 하려는데 경찰 중 한명이 갑자기 이상해씨가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자연스럽게 빼앗아 갔다.

'잠시 가방좀 확인하겠습니다.'

거절할 틈도 없이 경찰관은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고 별 다른 물건이 발견되지 않자 민망한듯 가방을 다시 돌려주었다. 이상해씨는 난데 없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매우 나빠졌으나 뭔가 중요한 일을 수사중이겠거니 하고 그냥 좋게 넘어가기로 했다.

'이제 돌아가도 될까요?'

이상해씨가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경찰관 한명이 팔을 강하게 붙잡으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어디 가십니까. 아직 검문 안끝났습니다.'

이상해씨는 경찰관의 태도와 갑작스러운 신체접촉에 매우 기분이 상했다.

'아니요. 저는 일이 있어서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필요한게 있으시면 전화번호 드릴테니 연락주세요.'

이상해씨가 경찰관이 잡고 있던 팔을 빼고 뒤를 돌아 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옆에 있던 다른 경찰관이 다시 팔을 강하게 잡으며 자신의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선생님, 경찰관이 검문하면 응하셔야 합니다.'

이상해씨는 경찰이 팔을 잡아 끌어당기는 바람에 순간 놀라기도 하고 기분도 매우 나빠 팔을 잡고 있던 경찰관을 뒤로 밀쳐내며 팔을 뿌리쳤다.

'이거 놓고 말하세요!'

이상해씨가 강하게 밀친 바람에 경찰관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고, 엉덩이 뼈에 금이가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게 되었다.

이상해씨는 어떻게 처벌 받게 될까?





공무집행방해죄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 받는다(형법 제 136조 제1항).


경찰관은 공무원에 해당하고, 경찰관의 직무에 해당하는 불심검문을 하는 중이었으며, 이상해씨가 그를 밀친 것은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행위에 해당함에는 의문이 없다. 따라서 일응 이상해씨에게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판례는 '경찰관의 공무 집행이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면, 경찰관에 대하여 폭행하여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을 당한 공무원의 공무집행이 적법한 것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한 공무집행에 대한 저항행위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한다면 오히려 공무원의 불법적인 행위를 형법이 보호해 주는 결과가 되므로 법원의 위와 같은 해석은 매우 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위 경찰관들의 이상해씨에 대한 불심검문 및 이에 이은 일련의 행위들이 적법한 공무집행이었을까?



불심검문


경찰관은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여야 한다(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제1항, 제4항).


이상해씨의 수상한 걸음걸이나 얼굴에 흐르던 식은땀등을 고려해 볼때 위 경찰관들이 이상해씨를 이른바 거동수상자로 지목하여 정지시켜 질문을 한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 경찰관들은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하거나 소속과 성명을 밝힌 바 없고, 이상해씨가 불심검문의 이유를 물었음에도 이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위 불심검문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위반한 위법한 불심검문이다.



강제력의 행사


질문을 받거나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형사소송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아니하며, 그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제7항).


불심검문절차는 어디까지나 임의적인 절차로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질 수 없다. 상대방이 질문에 답변하지 아니하거나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현한 경우 답변을 강요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하여 이를 저지할 수 없다.


따라서 위 경찰관들이 이상해씨가 집에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팔을 강하게 잡아 끌어당김으로써 강제력을 행사한 행위는 위법한 행위이다.



허락 없이 가방을 뒤진 행위


경찰관은 불심검문시 상대방이 흉기를 가지고 있는지 조사할 수 있다(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제3항).


위 규정은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관의 안전을 위해 상대방의 흉기소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다. 그러나 반드시 흉기가 아니더라도 범죄에 사용한 물건이나 도난품들이 발견될 수 있으므로 흉기 이외의 소지품에 대한 검사도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상대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행하는 소지품 검사도 적법한 것일까?


소지품 검사는 원칙적으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고 이른바 'Stop and frisk'원칙에 따라 가방이나 옷의 표면만을 손으로 만져서 확인하는 정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중범죄에 해당하고, 긴급한 필요가 있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강제력의 행사가 가능하다.


따라서 소지품 검사가 적법하려면 먼저 상대의 동의를 구했어야 하며, 가방의 표면만을 검사하여 무엇이 들어 있는지 대략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면 가방에 손을 넣어 뒤지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


위 경찰관들의 소지품검사는 이상해씨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전혀 없이 갑작스럽게 가방을 빼앗아 이루어 진 것이라는 점에서, 또한 가방의 표면을 검사하여 확인하는 절차 없이 곧바로 가방 안에 손을 넣어 검사하였다는 점에서 적법한 소지품 검사가 아니다.



무죄


그렇다면 위 경찰관들이 이상해씨에게 한 일련의 행위는 위법한 공무집행이다. 따라서 이상해씨에게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



상해죄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상해죄로 처벌 받는다(형법 제257조 제1항).


상해죄의 '상해'란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여 생리적 기능(육체적 또는 정신적)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해씨는 경찰관에게 폭행행위를 하여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힌 바 폭행죄 보다 무거운 상해죄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당방위 - 무죄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21조 제1항).


형법은 외부로부터의 불법적인 침해에 대한 방어의 차원에서 한 행위는 설령 그것이 형법상 범죄의 행위태양에 해당하더라도 처벌하지 않는다. 불법에 대한 방어행위는 위법하지 않은 정당한 행위라는 것이다.


단, 주의할 것은 방위행위가 상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즉, 방위행위에 필요한 정도의 유형력 행사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경찰관이 단순히 손목을 잡았을뿐인데 방위행위를 한답시고 경찰관을 칼로 찌르는 행위는 상당성을 결여하여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


위 사안 경찰관의 행위는 불법적인 공무집행 행위였으며, 이는 이상해씨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당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상해씨가 부당한 신체구속에 대한 방위행위로서 경찰관을 밀쳐 상해를 입힌 행위는 정당방위로 위법성이 없다. 판례도 동일한 논리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상해씨에게 상해죄가 성립할 여지도 없다.




마치며


먼저 이 글의 사례는 정보 전달을 위해 많이 과장된 사례라는 것을 고백한다. 대한민국 경찰관의 대다수는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시는 감사한 분들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간혹 경찰권을 남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에 부당한 침해를 가져오는 바람직 하지 못한 사례들도 발생한다. 경찰은 다른 국민에게 허용되지 않는 많은 권한을 부여 받는다. 검문, 동행요구, 체포 등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무기도 소지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 상대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우려가 다른 직종에 비해 더 크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도, 침해할 수도 있는 지위에 있다는 점에서 경찰권의 행사는 법과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경찰관에게 불심검문을 당하게 된다면 범죄 수사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경찰관의 검문에 성실히 응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안전에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본인이 그 어떤 범죄행위도 한 적 없음에도 경찰관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단지 상대가 경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특히 경찰관이 법령상 근거 없이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이에 대항하여 사회통념상 상식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설령 그 과정에서 경찰관이 상해를 입게 되더라도 처벌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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