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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정 Sep 25. 2022

살아있는 홍대 책방, 책방무사에서

퇴고 마친 시인의 서점 방문기



지난주, 준비하던 시집의 퇴고를 마쳤다. 이미 10편의 시를 써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시를 채우는 게 여간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갑자기 퍼뜩 감상이 떠올라 당일에 3편을 지어내는가 하면, 마지막 시 하나를 두고 일주일 넘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 기간에는 추석이 있어 사랑하는 할머니와 친척들을 보러 경남 경북에 내려갔는데, 다들 어떻게 소식들을 접한 건지 보는 사람마다 “너 좋은 일 있다며?” “북 토크 언제야?” 등을 물어봤다. 그때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일정 픽되면 시간 될 때 오시라고- 수줍게 홍보를 했다. 대학교 홍보대사 시절엔 그렇게 모르는 사람 붙잡고 말도 잘 걸었으면서, 왜 가까운 사이에는 더 부끄러운 건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퇴고를 마치니 조금 여유로워져서 전부터 가고 싶었던 책방무사에 갔다. 가수이자 작가인 요조 씨가 운영하는 작은 책방인데, 실제 작가님이나 시인님들이 일일 서점원으로 오셔서 책도 결제해주고, 신간 책에 사인도 해주는 곳이다. 나는 그동안 박상영 작가님과 편성준 작가님 등 좋아하는 작가님이 오는 날을 죄다 바보같이 놓쳐버린 정황이 있기에, 기회가 생기면 꼭 가리라 다짐을 했는데, 79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이연님이 온다는 소식에 바로 홍대로 날아갔다. 그녀의 팬 <귀연둥이>는 아니지만 영상을 자주 접했기 때문. 그림 에세이 책을 낸 그녀가 어떻게 독자들을 대하는지도 (북 토크를 앞둔 자로서) 궁금했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나는 심각한 골목 길치라 홍대에 도착하고 나서도 해당 책방이 있는 골목을 20분 동안 헤맸다는 거다. 하지만, 덕분에 책방에 들렀다 나오신 편성준 작가님을 우연히 보는 기적이 일어났다. 너무 놀라서 무턱대고 인사를 드렸는데 “누구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 참, 작가님은 날 잘 모르시지? 나 최근에 머리도 잘랐지? 브런치 구독자라고, 작가님 책을 다 읽었다고 (작가님 글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성함이 어찌 되는지 물어보셨다. 정말 횡설수설했는데, 후에 브런치에 오셔서는 반가웠다고, 시집이 나오면 사겠다고(!!) 축하한다는, 너무나 감사한 댓글을 남겨주셨다. 당일 글에도 날 언급해주셨으므로 처음으로 길치임에 감사한 날이었다.


이연 작가님은 실물이 훨씬 밝고 귀여우셨다. 반차를 내거나, 지방 멀리서 오신 분도 있었는데 한 분 한 분 진심으로 대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이연 작가님의 강연 중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전했는데, 그러니 오늘은 갈비탕을 먹었다는 귀여운 tmi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정지우 작가님의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와 황인찬 시인님의 첫 산문집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이연 작가님의 <매일을 헤엄치는 법>을 구매하고, 오늘도 무사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며 서점을 나왔다. 나오는 길에 21년 11월 그랜드 오픈 글자를 발견, 1년도 안 되어 이렇게 큰 성장을 하다니 서점이 살아있는 것 같다 생각했고, 가는 길 내내 책방에서 뿌려준 포근하고 달곰한 인센스 향을 킁킁거렸다. 지하철을 반대로 타서 다시 갈아타는 나사 빠진 하루였지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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