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록 시_
시집
<아주 잠시 동안 추억은 완벽했습니다>
p.38_ 비행일지
장윤정 시인
비행일지
아가 새가 비행을 완벽히 한 날
거실 횟대부터 냉장고까지
사람 걸음으로 일곱 번, 처음엔
얼마 못 가 떨어지고 어설픈 착지여도
일단 날고 봤던 날들 있었다
날 때는 긴장했는지 숨을 쉬지 않아
다 착지한 후 몰아쉬는데
그게 그렇게 안타깝고 기특할 수 없다
매일 물 갈고 밥 챙긴 사람은 안다
보인다 그 변화가 미묘한 표정이
시간 지나니 늘 가고 싶어 했던
높은 신발장 위에 다다른 것이다
올라오지 못할 거로 생각한 아가의 성장이
선임 새는 당황할만한 주제일까
이제는 방향을 틀어본다
직진만 하던 날개도 왼쪽 오른쪽
입맛에 맞게 자유로이 비행한다
기술이 늘면 수직상승도 가능하게끔
내려오는 척하다 번뜩 위로 솟구치는 것이다
능숙함은 오래 지켜봐줘야 할 일
그래도 아직 오랜 비행 힘들다
벌린 부리 안 작은 혀가 할딱거리니
눈 가늘게 뜨고 목 축여줘야 한다
제 박자를 찾을 때까지
새의 시간 푸른 새벽 여럿 뜨면
장애물 지나 갑작스러운 위험에도
알아서 대처하고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꿋꿋하게 보다 안전한 곳으로
여럿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셨던 시.
키우는 반려새를 보며 적었고
이제 막 도약하는, 각자의 나에게
닿는다면 더 없이 행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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