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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주 Aug 13. 2023

‘조선생’을 읽고서...

인생 지침서

“새도 직선으로만 날지 않는다. 자연과 생명의 길은 직선이 아닌 곡선의 길이다.”라는 외침을 담은 곽정식 작가(이하 ‘작가’라 칭함)의 ‘조선생’!

산업 혁명 이후 이제껏 직선 길을 달려오면서 너무 많은 것을 잃은 인류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내용을 담은 ‘조선생’을 읽은 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독서후기를 올린다.


‘생존과 자존(2013년)’, ‘충선생(2021년)’에 이은 ‘조선생(이하 ’ 작품‘이라 칭함)을 우리에게 안겨준 작가는 생물학자나 학문을 연구한 학자가 아니다. 또한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의 길을 걸어왔던 사람도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일상을 대하면서 삶을 살아온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더욱 진솔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가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새 21종류를 소개한다. 각 종류별 새의 습성, 인간과의 관계, 일상생활 모습, 새 이름의 한자풀이와 관련된 고사성어와 이야기, 새들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 등을 재미있게 버무려가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한번 손을 잡으면 손에서 떼기가 싫을 정도로 흥미롭다. 작가가 ‘충선생’에서 곤충을 바라본 시각과 같이 새를 통한 동양인들의 비유와 해학을 소개하면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였기에 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여부에 관계없이 폭넓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접하여 많은 즐거움과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Part 1 우리와 함께 사는 새: 까지, 까마귀, 참새, 비둘기

Part 2 아낌없이 주는 새: 닭, 오리, 꿩

Part 3 산과 물에 사는 새: 매, 학, 갈매기, 딱따구리, 올빼미

Part 4 세계를 여행하는 새: 뻐꾸기, 제비, 꾀꼬리, 기러기, 독수리

Part 5. 머나먼 곳이 고향인 새: 앵무, 공작, 칠면조, 타조


각 새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을 마음에 새기면서 책장을 넘기면 작품의 제목에 감히 ‘선생’을 사용한 이유를 알 것이다. 그중 몇 개를 소개하면서 작품 중 흥미를 일으키고 심금을 울리는 몇 가지를 사진으로 올린다.


오합지졸 烏合之卒

까마귀가 선사한 또 하나의 성어는 오합지졸이다. 질서 없이 어중이떠중이가 모인 군중을 가리킨다. 까마귀 집단이 평소 특별한 리더 없이 움직이는 가족 공동체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 중략 -

인간 사회에서 오합지졸이 세력화되는 첫 번째 단계는 분노를 심는 일이다. 대부분의 독재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먼저 다수가 분노할 수 있는 속죄양을 만든다. 히틀러의 경우는 유대인을 속죄양(贖罪羊, scapegoat)으로 삼았다. 이후 독재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오합지졸을 폭력을 행사하는 전사로 바꾸어 놓는 일을 해왔다.

오늘날에는 이런 사례들이 없어졌을까? (page 37~38)


(세계1차대전 중 미군  200여 명을 구한 셰라미)

‘새가슴’을 가진 참새

“참새가 한꺼번에 내려앉고 날아올라 가는 것은 일종의 ‘동조同調’ 현상으로 볼 수 있지요. 한 참새의 날갯짓이 아주 짧은 시간에 전체 참새에게 전달되어 날갯짓을 하게 되는 겁니다. 참새의 그런 모습을 멀리서 보면 참새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요.”

그는 참새들의 동조 현상은 참새들끼리 서로 신체 리듬 rhythm과 박자가 맞아야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 중략 -

동조와 비슷한 말에 ‘울림이 있다. 나의 말이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하려면 상대방의 마음과 가슴속에 울림이 일어나야 한다. 가수들도 청중의 마음에 울림을 만들기 위해 온갖 표정과 제스처를 쓴다. 정치인들 역시 유권자들에게 울림을 주려고 늘 골몰한다. 정치인들이 울림을 위해 던지는 단골 메뉴는 ’ 서민의 자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메뉴도 점점 식상해지고 있다. (page 46~47)


(유럽 성당의 동천홍)



귀곡천계貴鵠賤鷄

닭은 인간과 늘 가까이 지내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사람들이 희소성이 있는 고니는 귀하게 여기고, 흔한 닭은 천하게 대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귀곡천계貴鵠賤鷄’라는 표현까지 있을 정도다.  - 중략 -

귀곡천계는 인간사에도 자주 적용된다. “그 집 아이들은 다 잘하고 있는데 너희들은 왜 그 모양이냐?”라는 아버지의 꾸중에 “자기 자식 귀한지 모른다.”는 아이들의 비아냥이나 “자기 마누라 귀한지 모른다.”라는 부인의 불평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상관이 이웃 부서의 학벌 좋은 직원을 예뻐하는 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보아야 하는 성실한 직원은 이내 서운해질 것이다. “학벌보다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데…” 모두 ‘귀곡천계’의 사례들이다.

자기가 속했던 동네, 학교 조직에서 고니가 아닌 닭으로 취급받더라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예수도 베들레헴에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하지 않던가? (page 76~77)


(어미 오리의 슬픔)



응립여수凝立如睡

매는 바위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졸면서 쉬면서 에너지를 비축한다. 그러다 활공을 시작하여 먹이를 발견하면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먹이를 향해 돌진한다. 매보다 체중이 더 나가는 인간이 비행기에서 낙하산이 퍼지기 전 자유 낙하를 할 때 시속이 200km인 점을 생각하면 매의 돌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 중략 -

호랑이가 최고의 포식자라면 매는 최상위급 맹금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름에 맞게 최고 수준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사냥을 한다. 충분한 휴식을 한 후 최고의 집중력을 얻는 것이다. 집중력이 있어야 속도를 낼 수 있고 급제동도 할 수 있다. 급속 낙하를 하다가 먹이 앞에서 급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매는 땅에 부딪혀 죽고 말 것이다. 생각해 볼 대목이다. - 중략 -

반면, 지위가 높아지고 의사 결정의 기회가 많아지면 과단성이 요구된다. 익지 않은 실實의 상태에서는 붙어 있고着, 익으면果 떨어져야斷 하는 것이다. 과단성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담력, 깊은 사색, 물정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늘 사람 속에 있지만 사람에 시달리면 안 된다. 사람에 치이는 것만큼 고달픈 것은 없기 때문이다.

샤르트르는 일찍이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큰일을 하거나, 하려는 사람은 늘 고요함을 유지해야 한다. (page 109~111)


위에서 소개한 것 외에 작가가 전해주고 싶어 하는 여러 가지 교훈 및 이야기들이 작품에 녹아 있다. 직장생활 중 국내와 해외에서의 겪었던 많은 경험, 평상시의 공부로 얻은 지식과 탄탄한 필력을 무기로 작가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작품 ‘조선생’을 여러분에게 추천한다.

인생의 지침서를 보관해 둔 책장에 있는 ‘충선생’ 옆에 ‘조선생’을 꽂아 놓았다.


※추기: 본 글을 작성하는 중에 희소식을 접하였다. 작가의 글이 중앙일보에 연재하기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오피니언란에 월 1회 실리기로 했다니  독자들도 작가의 향기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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