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주 Jan 16. 2024

Counter Punch(1)

바지사장과 건여사

☛ 아래의 글은 2023년 12월 몹시도 추운 날 새벽, 꿈에 나타난 이야기를 희곡형식으로 엮은 글이다.


◆장소: 세탁소, 명재의 서재


◆등장인물

명재: 30대 초반의 잘 생긴 총각. H그룹의 평사원.

공사장: 세탁소 바지사장. 50대 중반의 체격이 건장하고 성격이 거침. 젊을 때 조폭의 일원이었으나 건여사의 세탁소에 취직된 후 부부관계로 발전. 

건여사: 세탁소 주인. 40대 초반. 성형 수술과 피부 관리로 30대 초반의 얼굴을 유지. 공사장과 부부관계 

추여사: 명재의 어머니. 동네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 



1막 세탁소


명재가 가쁜 숨을 들이쉬며 세탁소로 들어온다.


명재: 사장님, 3시간 전에 제가 맡겨놓은 양복 한 벌과 와이셔츠, 그것 아직 여기에 있나요?

공사장: 그것 1시간 전에 세탁공장에서 수거해 갔는데요.

명재: 어휴, 거기에 양복 안주머니에 제 지갑이 있을 텐데 어떡하죠? 좀 살펴보시지 그랬어요.

공사장(선반에서 뭔가를 꺼내어 컴퓨터와 계산기가 놓인 카운터와 오른편에 길게 이어져있는 스탠드 위 명재 쪽으로 던진다.) 젊은 사람이 정신을 제대로 챙겨야지...

명재: (자기 앞에 던져진 고급스러운 기다란 지갑을 집어든다.) 어휴 다행히 양복에 있었구나. 전철 안에서 나를 둘러싼 젊은 친구들을 의심했는데... (지갑을 펼쳐보니 5만 원과 만 원의 지폐가 빼곡히 있고 카드도 제자리에 그대로 인 것을 확인 후 사례를 할까 하고 지폐를 꺼내려다가 옆 칸에 끼어있는 초대권이 눈에 띈다. 동생이 시간 없으니 대신 가라고 준 미술박람회 초대권이다.) 사장님, 다음 주에 컨벤시아에서 열리는 미술박람회 초대권인데 사모님과 같이 구경 가시죠. 작년에 가보았는데 볼만하던데요.

공사장: (받아 들었던 초대권을 명재 쪽으로 다시 던진다.) 이런 표는 우리 집에 쌓여있어요. 단골손님이 한 10장 놓고 간 것을 손님들에게 다 나눠주었어요. 총각이나 애인하고 같이 가쇼. 


가게 안쪽의 안채에서 건여사가 예쁘게 단장을 하고서 세탁소에 들어선다.


건여사: 아니, 많이 들어본 멋진 목소리다 싶었더니 잘생긴 총각이었네. 그동안 좀 뜸하다 했는데 오늘 얼굴을 보여주네. 그동안 잘 지냈어요? (거니는 명재에게 한 눈을 찡긋 윙크를 날린다.) 

공사장: (거니의 거침없는 행동에 얼굴이 빨개지며 명재를 질투에 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아니 당신 동창모임에 가시는 거야? 오늘 술 마실 것 같은데 차  몰고 가려고? 

건여사: 아니 카카오 택시 불렀어. 올 때는 전화할 터이니 픽미업(pick me up)해주세요. 

공사장: 여보 잘 가시고 도착하면 연락해요. 끝날 때 전화 주시면 바로 갈게요.(건여사를 볼 때의 웃는 얼굴이 명재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분노의 표정으로 바뀐다.)  


건여사는 잔뜩 교태를 품은 얼굴로 명재의 왼쪽 가슴을 툭 친 후 세탁소 밖으로 나간다. 


명재: 사장님, 제가 맡겼던 것이 좀 급한데, 모래까지 특급으로 해주세요. 일요일에 친구 결혼식에 입어야 해서요. 속성세탁료는 50% 추가하면 되죠?

공사장: (건여사에게 주었던 살가운 표정이 분노의 표정으로 바뀌어 명재를 쳐다본다.) 와이셔츠는 되겠는데 양복은 2주 걸리겠는데...

명재: 무슨 소리예요. 2주라니요? 양에게서 털을 잘라 모직을 만들고 그 천으로 양복을 만들어도 열흘이면 충분하겠네요.

공사장: 무슨 소리긴. 세탁공장에서 드라이 기계가 고장이 나서 새로 구입해서 하려면 그 정도 걸린데.(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알면서도, 질투에 휘말려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 

명재: 아니 정말 이거 말도 안 되는 말씀이잖아요. 그럼 그 세탁공장 전화번호 주세요. 제가 직접 찾아다가 다른 곳에 맡길 테니...

공사장: 내가 왜 그런 것까지 당신에게 알려줘야 하나? 당신이 알아서 전화하든지 해. 

명재: 아~~ 정말. 말이 안 통하는 아저씨네. (성질 같아서는 멱살이라도 붙잡고 싶지만, 자기보다 키는 작지만 근육질로 다듬어진 체격을 가진 상대방을 제압할 자신이 없다. 왼눈 밑에 깊게 파인 상처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타이트한 티셔츠의 안에서 움직이는 근육과  손목·목 주위에 드러나 보이는 문신을 보니 잘못 건드리면 옛날의 포악한 성질이 폭발할 것 같아 싸움에 진 강아지처럼 끼깅 거리며 세탁소를 나선다 )  - 2막으로 이어짐 -


작가의 이전글 새해 기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