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주 Jan 01. 2024

새해 기도

밝아오는 새해 첫 아침

어느 때부터 매년 새해 첫날에는 지난해를 되돌아보면서 이루지 못한 일들을 아쉬워하면서 그해에는 꼭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상기하면서 하느님께 기도를 드려왔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학교 합격시켜 달라고 하느님에게 매달렸다.

사춘기와 청년기에는 예쁘고 마음씨 좋은 여자 친구를 갖게 해 주시라고 애타게 하느님에게 간구하였다. 

군대 시절에는 집과 가까운 병영에서 편한 보직을 받아 휴가를 자주 가게 해 주시라고 당당히 요청하였다. 

신혼 시절에는 경쟁이 치열했던 신도시 아파트에 당첨시켜 주시고, 직장에서 내가 원하던 보직을 주시고 진급도 빨리 시켜 주시고, 로또복권을 당첨시켜주시고, 늘어나는 몸을 예전처럼 날씬하게 해 주시기를  간절하게 기도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도의 대부분(95% 이상)은 들어주지 않으셨다.

일류 학교도 안 보내주시고, 예쁜 여자 친구도 안 주시고, 편안한 군대생활을 하게 하여주지 않으셨고, 치열한 아파트 당첨의 행운도 안 주셨고, 직장에서 크게 출세시켜주지 않으셨고, 복권 당첨의 일확천금의 기회도 안 주셨고, 젊었을 때의 날씬한 몸을 주지 않으셨다. 당시에는 어떠한 바람도 만족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절실한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마다, “하느님이 실제로 있기나 해? 이렇게 기도했으면 조금이라도 어떠한 보답이 있어야지 말이야?”하는 회의심에 하느님은 내 마음에서 사라졌다. 그러다가 위기나 절실한 상황이 발생되면, “오, 하느님 제발 도와주십시오.”하고 나의 마음에 하느님과 예수님이 재등장하시곤 하였다. 참 간사한 내 마음이다. 좀 진중하게 하느님과 예수님을 대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하지만 인간성을 멋지게 바꿔주라고 하느님과 예수님에게 기도한들 들어주시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서재 창문너머 연송고등학교 건물 뒤편에서 흰구름을 앞에 두고 올해의 첫 해가 떠오른다. 떠오르는 해는 보이지 않지만 점점 밝아오는 새해의 첫날 아침 풍경을 보면서 나는 깨달았다. “하느님은 나의 모든 기도를 들어주셨다.”라고… 

그동안 하느님께 드린 모든 기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편안하고 안정된 삶이었다. 

하느님은 착한 아내와 예쁜 두 딸을 주시고 좋은 아파트를 마련해 주셨다. 또한 삶의 동반자로서 착하고 씩씩한 두 사위와 사랑스러운 두 손주를 보내주셨다. 

'이들과 더불어 편안하고 안정된 삶으로 인도해 주시기 위하여, 기도 당시에는 시기 부적절하고 무리한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셨다.'라고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내게 필요한 것을 주셨다'는 깨달음이 크게 느껴지기에 참으로 행복하다. 


‘하느님은 나의 기도를 들으시면서 멀리 내다보셨다.’라 깨우치기에는 많은 세월이 흘렀다. 나의 신앙심이 약해서 이만한 세월이 걸렸는지, 아니면 그러한 깨달음이 나에게 내리신 은총인지는 모르겠다.  

올해부터는 ‘새해에 드리는 기도’를 바꿔야겠다. 


“하느님! 올해에도 주님 뜻대로 저를 돌봐주시기 바랍니다!”

기도하는 손     (출처: 네이버)


작가의 이전글 화이트 크리스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