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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혼삶 Jan 23. 2020

에세이 :: 당신은 어떤 ‘혼삶’인가?

ISSUE: 당신은 어떤 ‘혼삶’인가?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30%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이라고 하는데,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닌지 모른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혼밥, 혼술, 혼놀 같은 해시태그는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유튜브에는 혼자 노는 방법을 너무도 친절히 가르쳐주는 영상들이 가득하다. 마트에 가면 1인 분량의 재료를 소분한 상품들이 즐비하고, 얼마전부터는 1인 가구를 위한 전용 주거 공간들도 빠르게 늘어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제 혼자 살기, 즉 혼삶의 시대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 하다. 하지만 혼자 산다고 하여, 모두가 같은 혼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와 조건들 사이에서 다양한 종류의 혼삶이 빚어지고 있을테니까. 혼삶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차원들을 좀 더 깊이 살펴보자. 아마도 혼자서 사는 삶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동기: 내가 왜 혼자 살고 있더라?

왜 혼자 살게 되었는지에 대해 한 번 되돌아보자. 당신은 스스로 선택한 혼삶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독립한 것인가? 혼삶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거나 혹은 가족의 간섭을 피해 독립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자발적 혼삶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자발적 혼삶은 기존 관계—보통은 가족—로부터의 독립이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아이러니하게도, 혼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은 혼자 살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하더라도 되돌아갈 곳이 있다. 이와 반대로, 자발적 의지가 아닌 특정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혼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바로 비자발적 혼삶이다. 일자리나 학교가 집과 멀어 어쩔 수 없이 혼삶을 택한 경우라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혼삶의 양상은 각기 다르겠지만, 아마도 현대 사회에서 출발점은 비자발적 혼삶에 가까운 경우가 많지 않을까. 혼삶의 동기는 개인이 결정하거나 극복 가능한 영역을 넘어서는 제도적∙사회적 차원에 크게 영향을 받기에, 사실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혼삶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주거 형태: 같이 있어도 혼자 살 수 있어요

통상적으로 혼삶이라 하면 원룸에서 혼자 라면도 끓여먹고 TV를 보는—아마도 이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라고 하는 게 더 자연스럽겠지만—모습이 쉽게 떠오를 것이다. 아주 보편적인 “자취”의 모델은 독립주거이다. 이러한 독립주거는 문턱을 경계로 완벽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만, 최근 등장하고 확산되고 있는 쉐어형 주거공간에서 혼삶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여기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점진적으로 확보된다. 거실에서, 복도에서, 내 방안 안까지, 조금씩… 물리적이기보단 눈에 보이지 않는 프라이버시 제어(soft privacy control)이 더 중요해진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하나 생긴다. 혼삶에서 ‘혼자서 사는 공간’이 중요한 게 아닌걸까? 우리의 대답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 주거 형태과 혼삶의 태도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독립주거에 산다고 하더라도 낮에는 분주한 단체생활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높을 수 있다. 아마 주위를 둘러보면 한 명쯤 떠오를지 모른다. 낮부터 밤까지 회사 생활, 다양한 사람들과의 모임과 술자리를 즐기고 “집에 가서 정말 잠만 자는” 친구가. 반면, 쉐어형 주거공간에 살지만 독립주거에 사는 사람보다 고독을 더 추구할 수도 있다. 쉐어형 공간은 말 그대로 공간을 쉐어할 뿐, 함께 거주하는 개인들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공간을 나누어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각 개인은 고독을 더 추구할 수도 있다. 



기간: 혼자 산 지 얼마나 되셨나요?

혼삶을 시작한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앞으로 얼마나 더 혼삶을 유지할 것인가? 혼삶이 지속되었던 혹은 지속될 기간도 혼삶의 모습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취직이나 학업 등으로 1~2년 정도의 혼삶을 유지하는 경우는 출발이 가볍다. 가구나 집기 등이 구비된 소위 “풀옵션” 오피스텔이나 원룸에 적당한 정도의 짐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다. 짐을 늘리지도 않고 부족한 것을 무리해서 채우지 않는다. 가변적인 기간이 주는 들뜬 마음, 약간의 결핍, 조금의 불안함이 임시적 혼삶의 특징이 된다. 


하지만 가구 독립 등의 이유로 장기적 혼삶에 돌입하는 경우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가사도구 일체와 삶을 위한 모든 것이 구비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혼삶을 지속할 것이므로 삶의 안정성이 중요해진다. 아마 장기적 혼삶도 처음엔 일시적 혼삶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상황이 바뀌지 않거나, 혼삶이 주는 자유도가 좋아 고착되는 경우도 있다.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1인 가구의 삶은 애초에 그런 삶의 형태를 가지게 만든 메타-개인적 결핍과 한계가 중요한다. 그렇게 장기적으로 혼자 살기 때문에 발생하는 생활의 문제와 감정적인∙관계적인 문제도 중요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인 가구의 삶은 애초에 그런 삶의 형태를 가지게 만든 
사회구조적∙개인적 결핍과 한계가 중요합니다

경제적 조건: 혼삶의 모습을 만드는 그것, 돈

돈을 빼고 혼삶을 논할 수 있을까? 경제적 조건은 혼삶의 전반적인 모습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다양한 혼삶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사실 ‘즐긴다’는 동사가 이미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혼삶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설명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청소 서비스, 1인용 가전제품, 1인 가구를 위해 소포장된 고가의 미식 배달 서비스, 안전 서비스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거의 형태나 삶의 수준도 혼삶에 맞게 디자인 된 곳을 고를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 정도까지의 경제적 여유가 보장되어 있는 혼삶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고급 1인 서비스를 선택하기도 전에, 이미 고정적인 지출이 많이 때문에. 흔히 혼삶을 시작하면 돈을 쉽게 모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매달 월세, 공과금, 통신비, 교통비, 식비 등을 제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 다인 가족이 모여 생기는 절약의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에, 혼삶하는 개인이 짊어지는 경제적 부담은 다인가족의 구성원으로 살 때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지출을 줄이기 위해 비싼 혼삶 전용의 방보다, 더 저렴한 주거공간을 찾게 된다. 방을 쪼개 임대되는 4인가구 주거의 변형 혹은 1인 임시가구인 고시원 등에 입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혼자‘잘’살기 연구소의 관심

다양한 혼삶이 있지만, 우리의 관심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비자발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장기적인 혼삶이며, 누군가와 함께 살더라도 혼삶스타일을 추구하며,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혼삶에 관심이 있다. 이런 종류의 혼삶은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에 따라 바꾸기 어려운 조건에 의해 형성된 것이기에, 아마도 혼자’잘’살기 연구소와 함께 풀어나갈 문제들이 몇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디지털 기술을 통한 문제 해결이기에, 혼삶의 문제들 중 일부는 IT 기술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는 점도 솔직하게 밝혀둔다. 우리가 함께 혼삶의 문제를 풀어볼 수 있을까? 당신은 지금 어디쯤에 있는가? 






> 월간혼삶 (2) :: 사람 속의 사람, 우리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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