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장대익 교수를 초청해 외로워하면서도 계속해서 혼자의 시간을 추구하는 현대인에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과연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아가며, 우리는 왜 고독을 즐기는 동시에 외롭다고 느끼는 것인가? 영장류인 인류의 다양한 행동과 면모들을 진화생물학에 기반하여 연구하는 장대익 교수님의 토크에서 이런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장대익 교수님에 의하면 외로움은 사회적 관계로부터 비자발적으로 고립될 때 오는 정신적 고통을 야기한다. 사실, 외로움과 같은 고립성 감정은 영장류인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고통이다. 영장류는 기본적으로 사회에 의지하며 생존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와 함께하며 느끼는 사회적 안정감이 필수적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비롯되는 안정감이 충족되지 못하면 인간은 외로움이라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영장류는 외로움이 야기하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사회적 친밀감을 쌓는가? 원숭이, 침팬지 등 타 영장류는 사회적 친밀감을 그루밍이라는 스킨쉽 행위를 통해 이뤄낸다. 원숭이에 비해 더 큰 집단을 유지하는 인간은 대규모 집단을 관리하기 위해 그루밍 대신 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적 친밀감을 쌓는 사회성을 갖추게 되었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서로 연락하고 만나며 적절한 사회관계망을 유지한다.
하지만 사회연결망 통신기술이 발달한 현대를 사는 우리는 몇백 명, 몇천 명의 지인을 갖기 때문에 대규모 사회를 조절해야 하는 감당 범위 이상의 초사회성(ultra sociality)이 요구된다. 우리는 이 상황이 감당할 수 있다고 착각을 하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간의 뇌는 그만큼 진화하지 못했다. 따라서 현대인은 지나친 사회적 관계에 지쳐 관계로부터 잠깐 쉬고, 고갈된 사회적 자원을 충전시키고 싶어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고독’이라는 사회적 생존 기술이다. 자발적 고독을 지속하여 추구하게 된 현대인은 결국 초개인적인 사회에서 살게 된다.
외로움이란
관계로부터 비자발적으로 고립될 때 생기는 정신적 고통이지만,
고독은 지나친 관계로부터 쉬어가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현대인의 사회적 생존 기술이다.
_장대익 교수
즉, 외로움은 최대한 피해야 하는 고통이고, 고독은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생존 기술이다. 초사회성과 초개인성을 잘 조율할 수 있는 현명한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이 둘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고독은 존중하고 외로움은 해소할 수 있을까? 과연 기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적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현대 사회는 복지 제도 등 외로움 방지 시스템이 과거에 비해 비교적 잘 구축되어있는 편이다. 사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시스템과 도구들, 그리고 그것들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돈이 대신 제공해주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대한 절실함이 줄어들기도 한다. 즉, 돈이 많으면 덜 외로운 까닭은 사람이 채워줘야 하는 자원을 돈이 일부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 시스템, 그리고 도구만으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을 외로움으로부터 완전히 해방시킬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보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외로움 방지가 과거와는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는 것이다. 건강한 혼삶을 위한 ‘외로움 방지 시스템’, 혹은 ‘외로움 방지 테크놀로지’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특징과 변화에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 앞으로 진행될 혼잘살 연구소에서의 연구 역시, 이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필자 ∣ 유채라
유튜브 ∣ https://youtu.be/_yv02x2k0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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