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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n May 19. 2024

서늘함

온몸이 지끈거려서 눈을 뜨고도 한참을 꼼짝 못 했습니다. 삭신을 밧줄로 꽉 조이게 묶은 느낌이었습니다.


더 자야 할 것 같았는데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포기하고 전날 밤인지 오늘 새벽인지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휴대폰을 찾았습니다.


왼쪽을 더듬거렸습니다.


역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눈을 찡그려 뜨고 검색창에 '온몸이 지끈지끈'을 쳤습니다.


검색 결과는 '머리가 지끈지끈…'


머리가 지끈지끈하다는 상담글과 정보글이 수두룩했습니다. 온몸지끈지끈하다는 글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온몸이 '저리다'라는 글은 있어서 '온몸이 저림'을 새로 검색했습니다. 이 글을 적는 지금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은 걸 보니 별 소득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 머리 쪽을 시작으로 쓸어내리듯 느껴지는 바람결.


창문을 열어 놓지 않고 자면 숨이 막혔습니다. 그래서 항상 열어 놓고 자는데 어제는 너무 많이 열어 놓은 탓일까. 차가운 바람 때문에 몸이 저린 것일까.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가 누워 있는 이 바닥 값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할 일이 많은데 이 글을 써서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두 달째 갇힌 듯 살고 있습니다.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몸 구석구석이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암막 커튼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은 금세 사라집니다.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와 차 소리, 오토바이 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밤이 됩니다. 계속 앉아 있고 싶지만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존재는 잠을 청하고, 밥을 먹고, 몸을 씻습니다.



시간 낭비에 대한 두려움, 부질없음에 대한 공포, 사라지지 않는 회한, 지워지지 않는 본성에 대한 몸부림, 병듦에 대한 체념, 그럼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내 몸 안의 것들에 대한 미안함.



'지긋지긋하니 어서 끝을 내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마음을 고수하며 또 허망한 하루를 보내자.'


아서 모건으로 몇 날 며칠을 보낼 날을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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