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아이를 낳기 위해 2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고 아이가 7개월이 되었을 때 다시 회사에 다니기로 하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돌렸다. 두 번째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딱 두 가지였는데, 2년의 카피라이터 경력을 충분히 인정해주는 곳 그리고 칼퇴가 가능한 곳. 왜냐하면 나는 7개월 아이를 둔 아기 엄마니까. 그러나 본래 광고회사와 '칼퇴'라는 단어는 연관성이 없다.
결국, 달에 반의 칼퇴와 달에 반의 예측 가능한 야근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렇게 선택한 나의 두 번째 회사는 누구나 알만한 TV홈쇼핑 카탈로그를 제작하는 곳이었다. 카탈로그는 달마다 발행을 했기에 발행 전 2주 동안은 일이 몰리고, 발행 후 2주 동안은 비교적 널널해서 칼퇴가 가능하다는 게 사장의 설명이었다.
그 말을 철썩 같이 믿고 바로 입사를 했다. 처음 면접 때 사장은 나의 광고기획 이력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는데, 나를 채용함으로써 카탈로그 제작 업무 이외에 홈쇼핑 업체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광고 업무를 맡아보려는 심산이 있었다는 것을 나는 멀지 않은 미래에, 곧, 쓰디쓴 현실을 맞닥뜨리며 알게 된다.
출근 후 며칠은 말 그대로 한가함을 느낄 정도로 업무의 강도가 약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설명을 듣고 파악하는 게 일의 전부였다. 파악한 업무도 비교적 단순했기에 야근을 한다고 해도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정말 이렇게 다니면서 월급 받아도 되는 건가? 이렇게 나를 고용하면 사장은 손해가 나는 게 아닐까?' 하며 나는 새로 모시는 사장의 주머니 사정까지 걱정했더랬다. 흥. 흐흐흑. 아! 아아악. 어처구니없는 그때의 내 마음. 7개월 된 아이까지 있는 아이 엄마가 어째서 그런 마음을 가졌던가? 그 마음을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어리석다고 해야 할까?
언제고 누군가 한 달에 2주 정도만 적당히 야근을 하면 나머지 2주는 무조건 칼퇴를 보장한다고 설명하며 입사를 권유한다면, 거기에 연봉은 멀쩡한 수준으로 준다고 하면 님아, 그 사장의 말을 믿지 마오. 남의 돈 받기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1주 후부터 나는 정신없이 쏟아지는 업무에 도대체 내가 카피라이터인지 타이피스트인지 헷갈릴 정도로 당황스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 또한 운명이었던가!
...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