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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부인 Jan 07. 2024

아까 왜 울었어 묻는 남편에게

 남편과 둘이서 아웃백스테이크를 갔다. 추억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모처럼 둘만 점심을 먹자니 연애시절이 생각난다. 학교식당에서 주로 밥을 먹다, 특별한 날에 가던 T.G.I Fridady, 베니건스 분위기다. 부시맨빵을 맛있게 먹고 아쉬워 하나 더 주문하니 역시나 메인메뉴와 같이 나와 빵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메인메뉴 다 먹는 동안에 빵은 식어서 안 먹게 될 텐데, 괜히 빵욕심을 부렸다. 맛있게 먹고 나서 깨끗이 비운 접시를 앞에 두고 이 분위기를 기억하자며 사진을 찍자는 남편.(먹기 전에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은 청춘인데 사진 속 중년 아줌마와 아저씨가 낯설다. 잘 나온 사진이 없다고 아쉬워하는 내가 웃긴다. 나이 든 우리 모습이 싫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점심을 먹으러 여기 오는 길에 남편이 물었다. “아까 왜 울었어?” 예배 때 조용히 울었는데 그냥 넘어가면 될 일을 굳이 꺼낸다. “어, 좋아서 눈물이 났어.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게 해결돼서. “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남편에게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 추억의 레스토랑이 지난 시절을 불러오듯, 힘들었던 20대에 많이 불렀던 찬양이 그 시절의 아픔을 다시 들춘다. 깊은 웅덩이와 수렁이었다. 남편은 비교적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우여곡절 많았던 내 성장과정을 다 이해해 주길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시절이 생각나 울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추락의 순간을 기억하는 일은 괴롭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은 문제들에 속이 상하기도 하다. 언제쯤 해결될까…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삶은 이어지고 불안과 고통의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며, 시간은 흐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이 희망적인 느낌을 잊어버리지 않겠다. 그래서 아까 왜 울었냐고 묻는 남편에게 좋아서 울었다고 앞부분은 자르고 대답했다. 설령 나의 어떤 시절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나의 다른 시절을 함께 했고  지금도 함께 걷고 함께 맛있는 것을 나누는 남편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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