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인데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에, 첫째 아이에게 파란 파도가 가득한 표지가 멋진 손원평 님의 신간소설 “튜브”를 사주었다. 소설 “아몬드”를 좋아하는 딸에게 그 작가님의 다른 책도 사주고 싶었다. 응원이 담긴 내용이라니, 아이에게 힘이 되어 주겠지?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록 앞부분에 꽂혀 있는 책갈피가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무슨 내용인가 궁금한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중년 아저씨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한강대교에서 하는 생각이 자세히 나와 있어 조금 놀랬다. 그렇지, 죽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지. 사는 건 왜 이렇게 힘들까 생각했는데 삶을 멈추는 일은 더 복잡하고 어려웠다. 그 마음을 따라 읽어 내려가니 너무 공감이 갔지만 중학생 딸아이는 무슨 생각으로 읽었을까 멋쩍어졌다. 주인공이 시도했던 노력과 작은 변화에 나 자신도 힘을 얻으니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고 소설도 그랬다. 그래도 주인공 아저씨는 지나치며 눈여겨보았던 다른 이의 삶에 대해 물으며 답을 찾아나갔다.
“삶을 적으로 만들지도, 삶에 굴종하지도 않았다. 인생이라는 파도에 맞서야 할 땐 맞서고 그러지 않을 땐 아이의 눈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관찰했다.”
사는 것이 쉽지 않지만 마음만 잘 먹으면 그것 하나로도 죽는 것보다는 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음먹는다고 삶이 대단히 멋지게 바뀔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작은 즐거움, 소소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왜 삶이 이렇게 무겁고 힘들까(누구와 비교하면 끝이 없다. 주관적으로 그냥 무조건 힘들다고 느낀다.) 고민하던 내게 가벼운 마음을 선물해준 책을 읽었다. 거대한 바다 위에 작은 튜브를 타고 파도에 편히 몸을 맡기고 둥둥 떠 있는 나를 즐겁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