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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부인 Apr 14. 2022

그랬다면 죽지 않았을까.

  겨울의 추위가 3월이  가도록 남아있었다. 아직 잎이 나오지 않은 나무를 보며 정말 봄이 오고 있는 걸까 의심하기도 했다. 갑자기 따뜻해지고 기다리던 봄의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났다. 그리고 부고가 연이어 들려왔다. 분명 아름답고 고맙던 세상이 금세 빛이 바랬다. 금방 꽃잎이 떨어지듯 말이다. 조문을 가는 , 마흔이라는 이른 나이에 죽은 친지를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다. 과로가 이유였을까. 건강을 돌보지 않아서였을까. 무리하지 않고, 건강을  챙겼으면, 그랬다면 죽지 않았을까.

 마흔두 살에 죽은 아빠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아빠를  아는 친척들은 "그때,  아빠가 고혈압 약을 끊지 않고 계속 먹었으면 죽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씀을 하신다. 수백 번도  들은 이야기다. 정말 아빠가  약을  먹었으면 죽지 않았을까. 열심히 일하던 40 가장인 아빠를 생각하면 그냥 쉬엄쉬엄 일했으면 아빠는 죽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아빠는 아빠의 형제들을 많이 신경 쓰셨는데 그냥  몰라라 하고 자기 식구만 챙겼으면 아빠는 죽지 않았을까, 아빠의 형제들을 원망하는 마음도 가졌었다. 무언가를 해서 죽지 않을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래 생각하다 아빠의 생명이 거기까지였다고 믿기로 했다.

  가까운 이의 죽음에 우리는 때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고, 내가 무언가를 했다면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끊임없이 상상하게 된다. 이해할 수 없고 안타까운 일에 계속해서 이유를 물어보지만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체념해서가 아니라 그저 일아난 일,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싶다. 그렇게 해서 슬픈 마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원망과 후회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한들 내일 일은 모르겠지만, 무엇을 한들 나의 생이 더 줄거나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조금 더 오래 아이들 곁에 있어주면 좋을 테니까 건강을 신경 써야겠다. 그러려면 단 것을 조금 줄여야 할 텐데...  믹스커피와 빵을 덜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세상이 쓰게 느껴진다. 너무 일찍 가족들에게 큰 슬픔의 짐을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다. 그들의 미래의 슬픔을 덜어 주기 위해, 오늘의 기쁨은 더해 주기 위해서 힘을 내본다. 산 사람은 산다고 말하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을 지고 사는 삶이 쉽지 않았고, 어느 날엔 죽은 사람이 너무 부러울 만큼 힘들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생명을 늘릴 수 있는 일은 사실 없다고 믿지만 건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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