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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부인 May 22. 2024

 꽃을 선물하는 마음

 친구가 오랜만에 안부를 물었다. 꽃을 보내주고 싶다고. 무슨 일이지? 고맙게 받기로 했다. 며칠 후 작약 열 송이가 상자에 담겨 배달되었다. 다섯 송이는 피어 있었고 나머지는 아직 피어 있지 않았다. 활짝 겹겹이 핀 분홍빛이 아름다웠다. 작은 공처럼 동글동글 오므리고 있는 꽃송이를 한참 바라보았다. 기대감을 들게 한다. 얼마 후 꽃이 활짝 피겠지? 틀림없이 필 것이라는 믿음이 기분을 좋게 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꽃병에 물을 잘 갈아주며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어야겠다. 그저 해야 할 작은 일이 떠오르고 기쁜 마음으로 하면 된다. 꽃을 바라보며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나의 걱정도 불안도 조금씩 진정되어 갔다. 작약의 향기는 은은하지만 꽤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자기의 몫 이상의 일을 해냈다. 꽃은 마음을 북돋는 힘이 있구나. 그때부터 나도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꽃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주머니 사정상 한 사람만 골라보자. 언젠가 나에게 큰 걱정을 안겨주었던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식물을 좋아한다. 그래, 결정했어.

 나에게 걱정을 주었던 사람들은 언제 걱정해 달라고 했냐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걱정하는 나 자신이 싫기도 했고,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떨쳐버리려 애쓰기도 했다. 그런데 걱정하다 기도하는 일도 내게 주어진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드니 생각보다 가벼운 일이 되었다. 걱정할 수 있는 힘으로 기도하게 되었다. 걱정하고 기도하고 잘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꽃을 선물했다. 작약 꽃의 아름다움이 지친 이의 마음을 달래주기를 바라고 작약 꽃의 향이 기분을 북돋아 주길 바란다. 커피 두 잔과 케이크 한 조각 먹을 수 있는 쿠폰을 선물하는 것도 좋겠지만 작약의 계절이니 가끔은 꽃 선물도 괜찮겠다.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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