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부인 Sep 20. 2024

 추석이 지나고

 추석에 오랜만에 친정모임을 가졌다. 남동생은 무창포에서 꽃게를 잔뜩 사 왔다. 가족들이 각각 가져온 음식을 끊임없이 먹으며 오랜만에 오래도록 얼굴을 마주했다. 속이야기를 다하지는 않지만, 얼굴만 보아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연휴가 지나고 친정엄마랑 통화를 했다. 엄마를 통해 대강의 이야기를 듣는다. 엄마의 주특기는 불행 중 다행인 것을 찾는 일이다. 한참을 엄마랑 ‘그러게 다행이지 모야‘를 주고받았다. 힘든 일이 있지만 이런 점 때문에 괜찮다는 말에 안심하다가도 마음이 저려온다. 오랜만에 시골집에서 밤을 보낸 딸아이가 새벽에 별을 봤다고 좋아했다. 깜깜해야 보이는 별. 다행스러운 일은 별과 같아서 불행이 짙을수록 더 빛나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엄마는 다행인 일들을 더 잘 찾을 수 있으신 건지도. 불행 중 다행인 별을 보며 마냥 푸르른 하늘만 펼쳐져도 괜찮을 텐데… 깜깜하고 막막한 밤하늘이 속상했다. 그래도 엄마가 그 와중에 찾은 보석 같은 별이 적지 않아 감사하다.




추석 지나 저녁때

                                    나태주

남의 집 추녀 밑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날 저물 때까지


그때는 할머니가 옆에

계셨는데 

어머니도 계셨는데

어머니래도 젊고 이쁜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때는 내가 바라보는

흰 구름은 눈부셨는데

풀잎에 부서지는 바람은

속살이 파랗게 떨리기도 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달 떠 올때까지.


(온라인 시필사모임 35일차 시)

매거진의 이전글 아까 왜 울었어 묻는 남편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