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부인 Dec 07. 2021

가족이라 생각하면

 믿고 따르던 어른이었다. 청소년기에 큰 힘이 되었고 좋은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이니 마음이 참 어려웠다. 누구는 그랬다.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

 내 가족이 비윤리적인 일을 하거나 잘못된 일을 하게 된다면 그때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 생각한다. 일단 가족을 숨기고 그가 다치지 않게 보호하려 할 수도 있겠다. 남들의 비난에 맞서고 악의로 한 일은 아니라 생각하며 그의 편에 서려 노력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잘못한 일이란 것을 알게 되면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에 응당한 벌을 받거나 대가를 치르도록 돕겠다. 가족이니까 무조건 감싸지는 않겠다는 결심에 이르니 답이 나온다.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그저 이해하려만 하지 않고 좋은 길로 가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가족처럼 생각한 이들이 실망을 안길 때, 그들의 편에 설 수 없었던 것은  가족처럼 생각하지 않는 나의 인정머리 없음에 있지 않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분명 고백할 수 있다. 그래서 배신감에 화가 나기도 했고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었다. 미운 마음이 사그라들면 그래도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랄 수 있었다. 나에게 정말 상처를 준 이들에게는 가족이건 아니건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복수는 하고 싶지 않다. 복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일상의 소심한 복수조차 안 하겠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좋은 날에는 그것조차 가벼이 넘길 수 있다. 운전할 때, 끼어들기 차를 너그러이 대하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앞에 운전하는 이가 운전을 무서워하는 우리 언니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너그러워진다. 누구를 가족이라 여기는 마음은 친절한 내가 되기 프로젝트에 꽤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말에 반항심이 들 때도 있다. “너의 가족이라고 생각해봐. 이해되지 않아? "라는 말에는 이해를 바라면서도 가족처럼 생각하지 못한 네가 잘못이라는 비난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끊어버릴  없는 관계라 생각하면 가족 이외의 사람과의 관계는 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가족이라 사랑하고 가족이라 기대하고 가족이어서 실망하고 미워한다. 가족에 대한 기대는 조금 낮추고 가족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남에게 대하듯 예의를 갖추고 싶다. 그렇게 대해도 우리는 가족이니까  가까워지고  기대하고 언젠가는 진한 마음의 위로를 얻을 테니까. 남에게는 가족처럼 여기며 조금  친절하고 가까운 마음을 갖고 싶다. 그렇게 해도 가족이 아니어서  이상 다가갈  없음을 알고  지점에서 응원하며 오히려  위로를 얻을지도 모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