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부인 Nov 28. 2021

가족을 두고 가는 이의 마음

  아빠는 쉬러 간 시골집에서 새벽에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쓰러지셨다. 가을이었고 일교차가 큰 날씨였다. 술 담배, 음식을 즐기셨고 과중한 업무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빠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골든타임은 놓쳤고 아빠는 다시 깨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서울 집에 있던 우리 삼 남매는 병원으로 가서 이미 돌아가신 아빠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해야 했다. 마지막까지 귀가 열려 있다는 말에 우리는 힘껏 소리쳐 아빠에게 안녕을 말했다. 너무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에게 인사를 제대로 못한 나는 오래오래 미안했고 아빠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았다. 아빠가 생각나, 울음이 나던 날에는 외쳐 보기도 했다. “아빠, 가지 마!”

   어린 자녀 셋과 아내, 일찍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막냇동생을 키워 준 누이들, 형들을 두고 가는 아빠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빠가 쓰러지고 눈을 감았을 때 아빠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고 엄마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빠는 죽는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 본 적이 없다. 남겨진 우리 가족이 힘들어 아빠를 원망하거나 아빠를 못 보는 우리가 안쓰러워 아빠를 그리워했다. 이른 나이에 죽은 아빠가 불쌍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산 사람은 힘든 삶이라지만 인생은 즐거운 순간도 수없이 찾아오니까 말이다. 아빠는 가장의 무게를 죽는 순간에도 느꼈을까.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지만 늘 내 마음, 내 감정에 치중했던 순간을 내려놓고 돌아가신 아빠의 마음도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도 가기 싫어, 그래도 가야 하니 미안하다. 잘 지내기 바란다.” 그 마음이었을까. 아빠의 유언을 상상해본다.

엄마는 아빠의 29주기 기일에도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셨다. 2021.10.



매거진의 이전글 둘째의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