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oooa Jun 19. 2020

#15.5 나는 병에 걸렸다.




 지독한 병에 걸렸었다 나를 위한 무언가를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병. 병의 증세는 가만히 앉아서 혹은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답답함과 불안함이 찾아와 핸드폰만 붙잡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


 사실 그렇게 열심히 살던 놈도 아니면서, 오히려 띵가띵가 여유부리기를 좋아하던 녀석이 갑작스레 바쁘게 지내야 한다며 아둥바둥 대는 모습이 그저 웃기기만 하다.


 휴식이 어려워지고 시간이 아까워진 병. 휴식을 취하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내게 독이 될 것 같다는 의문 없는 맹신은 어느새 내 몸과 마음을 지치게, 가난하게 했고 그렇게 나 자신 말고는 신경 쓸 겨를이 없게 됐다.


 인간은 주변 환경에 좌지우지된다, 환경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핑계를 대면 조금은 여유가 생겼던 걸까 그렇게 가난해져 가는 내 마음만 신경 쓰는 이기주의가 되었고,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은 떠나갔다.


 다시 돌아온 라이트하우스의 바다는 언제나 그랬듯 파랗게 파랗게 나를 반기고 있었고 오로지 나만, 그저 나 혼자만 변해서 돌아왔다. 조금보다는 많이 찌든 모습으로, 내가 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의 모습이 되어서.


 당분간 쉼을 공부하려 한다. 쉼을 공부하며 마음의 단칸방들을 늘려보려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감정과 병이 내게 스며들어와도 늘어난 내 방들에서 조용히 재울 수 있게 아픔이 필요한 날, 여유가 필요한 날, 웃음이 필요한 날에 맞춰 꺼내어 쉴 수 있게.





작가의 이전글 나의 이집트, 나의 다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