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쓰기] Day 10
신입 시절에는 그냥 점심시간이 좋았다.
대학교 졸업 후 첫 회사에 입사하기 전 나는 점심을 누구랑 먹어야할지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평소 혼자 밥먹는 거엔 거리낌은 없지만 이상하게 회사에서는 누구랑 먹게될 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입사하자마자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나의 점심메이트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같은 팀 입사 동기. 처음에는 사수분들이 환영한다면서 한 분씩 돌아가며 사주셨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레 입사동기들과 같이 회사 근처 식당을 배회하며 점심을 먹었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나의 점심 메이트는 조금씩 바뀌었다. 팀별로 같이 먹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회사가 있었는가 하면 첫 회사 때처럼 팀과 상관없이 입사동기들이 자연스럽게 점심메이트가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신입시절때는 그냥 점심시간이 좋았다. 당시엔 아침을 챙겨먹질 않아서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배가 한창 고프기도 했고, 같이 점심먹는 사람들과 수다떨 수 있는 시간이 점심시간이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가끔 점심 때 부서 전체 회식이나, 팀회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일단 회식을 하면 평소의 내 지갑사정으로는 먹기 힘든 메뉴들이 많았었기에 그 당시엔 마냥 좋아했던 것 같다.
누구나 다 똑같이 쉬고 싶은 시간인데
정작 나는 왜 쉬질 못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대 중반까지는 입사 초기때 자의든 타의에 의해 맺어진 점심메이트들이랑 쭉 같이 먹었었는데 20대 후반되니 꼭 처음 먹어왔던 사람들과 반드시 같이 먹을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이 처음 들기 시작했던 때는 아마 한창 업무량이 많았을 때였을꺼다.
오전 업무가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갔는데 같이 밥을 먹는 한 동료가 그날따라 유난히 고객사에 대한 험담을 계속 하는거였다. 물론 점심시간때는 업무하면서 서로 힘들었던 얘기들을 하고 또 들어주면서 스트레스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날은 이상하게도 문득 똑같이 주어지는 점심시간이고 누구나 다 똑같이 쉬고 싶은 시간인데 왜 점심시간마저도 편히 쉬질 못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 날 이후로 조금씩 나의 점심메이트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혼자 먹기로 결심은 했지만 분위기상 바로 혼자 먹는다고 하면 혹시나 서로간에 기분이 나쁠 수 있을까봐를 염려해 약속을 잡거나 은행업무를 보는 등 서서히 멀리하였다. 그렇게 약 1-2주가 지나니 주변 동료들도 난 혼자먹는 애라는 것을 점차 인지하게 되었다.
그렇게 혼자 먹기 시작하니 약 3가지 정도 좋은 점이 있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1. 자유로운 메뉴 선정
오늘 난 김치찌개가 끌리는 날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파스타가 땡길 수 있다. 그래서 함께 먹으면 다수결에 의해 점심메뉴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혼자 먹을 때는 이런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날 끌리는 메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2. 자유시간 획득
혼자 먹으면 상대방의 밥먹는 속도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각보다 밥먹는 시간이 빨라지게 된다. 그래서 나머지 시간은 자거나, 개인 업무를 보거나, 자기계발을 하거나 좀 더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3. 다이어트
약간 1번의 이유랑 겹칠 수 있다. 작년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한창 식단관리도 빡세게 하던 했었다. 그때는 식단 도시락도 싸서 다녔었는데 같이 먹으면 괜히 혼자 도시락까먹기 민망하기도 했고, 메이트들이 맛있는 음식먹는걸 보면 참기 힘들때도 있었다. 강력한 식단관리가 필요할 땐 독하게 마음먹고 혼자 먹는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점심시간만큼은 온전히 쉬고 싶다.
주변을 돌아보니 이미 같은 회사 내에서도 혼자 밥을 먹거나 혹은 밥을 먹지 않아도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예전엔 점심시간에 혼자 먹고 있는 사람들보면 괜히 이상하게 보이거나 같이 밥먹을 사람도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아무렇지 않다. 아주 가끔 점심시간도 회사생활인데 팀원들이랑 같이 먹어야지 하시는 분들이나 혼자 먹는 것 자체를 이해못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도 나는 점심시간만큼은 온전히 쉬고 싶다.
지금의 회사에서는 점심메이트가 있다. 하지만 가끔 내가 혼자 먹고싶을 땐 혼자 먹기도 한다. 예전엔 나에게 점심시간이란 단순히 밥 먹는 시간었다면 요즘엔 휴식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커져가는 듯 하다.
나처럼 밥을 혼자 먹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점심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떨거나 같이 커피를 마심으로써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 결국엔 사람마다 다 다르다.
혼자 먹든, 같이 점심을 먹든 점심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보내든 간에 그 방식이 개인에게 휴식이 되는시간이라면 그것만으로 된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