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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민지 Aug 26. 2020

라탄에서 머무르는 이야기

[한 달 쓰기] Day 23

손으로 하는  뭐든지 잘하는 남편과는 달리 나는 흔히들 말하는 똥손이다. 요리를 해도 레시피를 보지만 나중엔 결국 감으로 이것저것 넣고 볶고 삶다가 망쳐버리는, 요리 못한다는 사람들이 한다는  흔한 실수와 특징들을   번씩은 보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래도 중고등학생 시절 미술시간 때는 곧잘 만들었던  같은데 20살이 넘어서는 딱히 손으로  하거나 취미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어느 날 라탄 공예를 시작하게 되었다. 정말 뜬금없이. 처음엔 매일 모니터만 보는 일상이 지겨워 손취미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한 거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재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 가벼운 마음이 어느덧 강사 자격증을 따는 단계까지 왔다.


강사반에서 만들었던 작품들.


나는 평소 눈에 보이는 결과를 좋아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나름대로 노력했음에 불구하고 보이지 결과에(보이지 않은 건지 볼 수 없었던 건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벗어나 나도 모르게 결과가 눈에 보이는 취미들을 찾게 되었다. 첫 번째가 운동이었고, 두 번째는 이 라탄공예다.


라탄은 엮으면 엮을수록 내가 그 시간에 얼만큼 집중을 했는지 여실히 잘 보이는 공예이다. 엮다가도 잠깐 딴생각을 하면 꼭 나중에 선이 맞질 않거나, 기법이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한두 군데이거나 그리 잘 보이지 않거나 이미 많이 지나서 발견한 거라면 어쩔 수 없이 계속 엮어갈 수 있지만 성격상 또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맘에 풀어서 다시 엮거나 아니면 결국 새로 시작하게 된다. 라탄을 하면서 그런 점이 좋았다. 오롯이 내가 하고 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라탄은.


바닥짜기. 바닥을 잘짜야 나중에 몸통도 이쁘게 세워진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내가 만든 작품들을 예쁘게 구성하여 플리마켓에 참가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너무 초보 시절이라 정말 막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자격증 취득을 하고 나니 그 막연한 꿈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요즘 들어 다시 느끼고 있다.


아무래도 수공예다 보니 직접 다 손으로 엮어야 하는 거라서 직장을 병행하며 플리마켓을 준비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외부활동이 자제되는 상황에서 사실 참가할 수 있을지는 더더욱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대안으로 올해가 가기 전 라탄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기획해보려고 하고 있는데 이것만큼은 꼭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탄에서 머무르는 이야기는 일상에서 라탄 엮으며 보내는 시간들을 열심히 기록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이다. 내가 라탄을 엮으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쉼을 가졌던 것처럼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라탄을 엮어나가고 싶다.


STAY LATTAN

instagram.com/stay_rat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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