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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Jul 16. 2024

단정한 먹거리#1.어글리어스를 구독하기로 했다.

채소구독서비스

어글리어스를 구독했다.

드디어 했다.


사실 어글리어스를 구독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벌써 일이 년 된 것 같다.


계속 결재까지 해볼까 말까 하다가


신문구독이 생각나 말았던 적이 많다.


신문구독을 좋아했지만 쌓여가는 신문은 은근 나에게 스트레스였다.

무언가 나를 잡아두는 것 같았다.


휙 떠나지 못하게 하는 족쇄 같았다.


김영하 작가의 책 '오래 준비해 온 대답'에 보면 작가가 고정으로 출연하던 라디오나 강단에 서는 것을 그만두고 떠나고자 할 때 너무나 정리할 것이 많은 것에 싫음을 표현한 내용이 나온다. 작가로서 '정주민'의 삶에 너무나 깊게 뿌리박은 것에 대한 개탄 같은 것이랄까?


나는 내가 무슨 김영하 같은 작가라서가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의 방향성은 이것과 닮아있다.

정주민보 다는 유목민의 삶을 추구한다는 것! 인생이 한 곳에 묶이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한다는 것!

 단순히 물건이 많고 적음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느 순간 훌쩍 떠나고 싶어 졌을 때 간지러운 부분이 없었으면 하는 것!


늘 땅바닥에 발붙이고 사는 나이지만 정주민 보다는 유목민의 삶을 꿈꾼다.


이런저런 고민과 나 혼자의 거창한 슬로건 까지도 무너뜨린 것은 역시나 '건강한 식단'에 대한 갈구였다.


4인가족의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엄마'라는 위치는 그냥 주어졌지만 잘 수행해 내는 것은 수월하지 않았고 정말 많은 고민을 거듭하게 하였다. 아무리 많은 경험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 혼자만의 경험치로 꾸려낸 식단은 단조로웠고 지루했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해도 어글리어스를 믿어보기로 했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1개당 단위가격의 저렴함 보다 총 쓰는 금액대비 다양함을 맛보는 풍족함이었기에 어글리어스가 그에 부합한다 생각했다.


1회 차 구독에 도착한 채소박스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남편이 좋아하지만 한 망을 사서 까기 두려워 구입하지 못했단 호랑이콩, 자연스럽게 토마토가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려주면서 키워 맛이 꽉 찬 토마토로 토마토를 싫어하는 첫째도 먹을만하다고 인정해 준 토마토, 오이를 사랑하는 둘째가 딱 일주일 먹을 만큼의 오이, 통마늘을 너무 좋아하는데 한 자루를 사기 부담스러워하는 나에게 일주일 먹을 양만큼의 마늘은 마치 우리 집에 맞추어 할당한 채소 편집키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이러한 관점으로 접근한 어글리어스 팀에게 찬사가 나왔다.


아침식사가 시리얼에 과일이나 토스트와 같이 미네랄이 미량 포함되어 있다고 믿는 탄수화물 폭탄 식단에서

포케 보울, 샐러드 보울, 비빔밥과 같은 것으로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집의 식단이 어글리어스를 통해 더욱더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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