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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Sep 05. 2024

일상에세이#16.조회수가 50000을 돌파했습니다!

초보작가의 연료

새벽 4시에 잠이 깼다. 아이의 책상에 책상 등만 켜고 앉았다.

아직 더운 밤 에어컨을 켜긴 애매하고 선풍기에만의지하자니 더운 밤들에 체온유지가 힘들어 잠이 깼다.

이내 '정육점의 포인트카드는 괜히 만들었다.'같은 매우 소모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더 좋은 식재료를 더 적게 먹고 더 깔끔하게 살겠다는 것 같은 다짐 아닌 다짐이 이어졌다.

휴대폰은 켜지 않고자 했다.

이른 아침 휴대폰은

이른 아침 해장술만큼이나 루틴을 망쳐놓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갑자기 브런치에 저장해 둔 글을 하나씩 읽고 마무리해볼까라는 생각에 다다랐고 브런치를 여는 순간

심장이 쿵 했다.


브런치의 첫 번째 글에서는 신규유입 작가에 대한 홍보차원인지 10만 조회수를 가뿐하게 돌파했지만 그 이후 조회수는 지지부진했다.

내가 글을 쓰기만 했지 다른 작가들을 작품을 많이 둘러보지 않은 탓도 있겠고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그저 나의 기록을 이어갔다. 언젠가부터는 독자를 고려하지 않은 그저 나의 생각주머니의 확장을 위한 글쓰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조회수가 1000을 넘었습니다 2000을 넘었습니다 를 지나 내가 확인한 새벽 4시에는 조회수가 9000까지 와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어디서 내 글을 이렇게 읽고 있는 거지? 심지어 일러스트레이션도 넣지 않은 연재 중 9화에 해당하는 글이었다.

이런 일이 늘 있어온 작가에게야 별일 아니겠지만 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뭔가 글에 실수를 했나? 사람들에게 비난받을만한 어떤 내용이 담겼나부터, 제목이 자극적이었나? 901호에 무슨 사건사고가 터진 뉴스가 있나? 급기야는 네이버에 '브런치 조회수 급증'같은 키워드를 검색했다.


한 가지 힌트를 얻은 것이 있었다. '다음'메인에 등록되게 되면 조회수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나는 '다음'포털에 들어가 나의 글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명탐정 코난이라도 되는 양 미친 듯이 찾아 헤맸다. 찾았다!'홈&쿠킹'카테고리에 나의 글 제목이 있었다. 어머나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오랜 기간 이런저런 글들을 블로깅도 해보고 인스타도 했지만 이런 일은 또 처음이었다. 정말 처음 있는 일답게 야무지게 캡처했다.

글하나의 조회수가 오른다고 급작스럽게 인생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날 나는 두 가지 경험을 했다. 일단, 아 그래! 열심히 써보자!라는 아주 단순하고 아주 중요한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나는 '쓰는 사람'으로서 나를 규정했고 그 끝이 어떻든 열심히 쓰는 건 중요하고 갑자기 내 글에 관심가지는 분들이 몰려올 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음으로는 내 글에 악플을 달렸다. 워낙 소소하게 글을 쓰고 소소하게 소통했던 지라 내 글이 싫은 분은 그냥 지나쳤을 거고 관심 있는 분들만 구독해 주시는 작은 채널이었다. 그런데 몇만 명이 훑듯이라도 스쳐가니 내 글이 거북상스러웠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 글이 어떤 목적성이 있는 정치글도 아니고 사회글도 아니고 그저 관찰기였기에 내 자유대로 쓸 자유가 있다고 생각해 패스했다. 주저리주저리 댓글을 다는 것이 나의 정신건강에도 나의 횡보에도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이 작은 계기를 통해 비활동성의 휴화산에서 활화산이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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