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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짐과 구원 사이, 내가 놓아야 했던 것들

매일 아침 <큐티인>으로 성경 말씀을 묵상합니다.

by 지나김

In His Grace


2025.11.19 사도행전 27:38–28:2 마침내 구조되니라

백부장이 바울을 구원하려 하여 그들의 뜻을 막고 헤엄칠 줄 아는 사람들을 명하여 물에 뛰어내려 먼저 육지에 나가게 하고(행 27:43)



Pierre-Auguste Renoir의 Femme assise au bord de la mer.

바닷가에 앉아 사유에 잠긴 여인. 삶의 파도 앞에서 멈춰 서 지난 시간의 나를 바라봅니다.




배에 실린 밀은 그들의 생계이자 재산이었다. 그러나 끝내 그것을 바다에 버려야만 살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살리시는 과정에는 반드시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 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붙들어야 산다”라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은 때로 포기와 비움 속에서 길을 여신다.


사람들은 바울이 전한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해안을 찾고, 가능성을 계산하고, 배를 모래사장으로 밀어 넣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믿음은 기다림만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움직이는 삶임을 본다. 이처럼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나아갈 때 하나님은 인간의 악한 의도까지도 막으신다.

군인들은 죄수들이 도망칠 것을 염려해 모두 죽이려 했지만, 백 부장 율리오는 바울을 살리기 위해 그들의 계획을 꺾는다.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바람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도 움직이시는 분이시다. 결국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배의 모든 사람은 살아남았다. 항해는 험했고, 바다는 끝없이 흔들렸으나 그들은 마침내 멜리데에 도착했다. 원래 가려던 곳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뜻밖의 따뜻한 환대를 받는다.


내가 구원받던 과정, 그리고 결혼 후 남편이 주께로 돌아오던 시간도 이 항해와 닮아 있다. 풍랑이 있었고, 내려놓음이 있었고, 바울과 같은 리더들이 내게 말씀을 전해주었다. 삶이 널 조각처럼 부서져 추위가 스며들 때마다 하나님은 멜리데 사람들처럼 내게 공동체를 보내어 쉬게 하셨다.


오늘 본문을 읽으며 성령께서는 내 아들들을 자꾸만 생각나게 하신다. 특히 큰 아이의 온전한 삶을 위해 내가 비워야 할 것들을. 내가 내려놓아야만 그 아이가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을 수 있음을 자꾸 마음에 일깨우신다.

Jozef israels kinderen der zee children playing in the surf


아이의 삶을 완성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면서도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는 일은 막상 엄마가 되고 보니 참 어렵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겼던 세상의 ‘밀’을 던져 버리듯 내 짐도, 내가 모르는 사이 아이에게 떠넘겼던 짐도 가볍게 해야 함을 배운다.

그렇게 내려놓을 때 바울을 해하려 했던 군인을 만나는 두려운 상황도 하나님께서 피해가게 하심을 조금씩 알게 된다. 나를 구원하신 동일한 하나님 아버지께서 아이들의 걸음 역시 그분의 목적지로 인도하고 계심을 믿게 된다.




자녀들을 향한 하나님의 큰 계획을 내가 가로막는 ‘군인 같은 자’가 되지 않기를. 그리고 미련하게 아이를 그런 무리에게 떠미는 어리석은 부모가 되지 않기를. 세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밀’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걸어가는 인생이 되기를 그러한 가정을 이뤄가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To His Gl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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