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몬스테라 성장기
마당 있는 주택에 살며 집 안에 화분 두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식물에 대한 지식이 없고 식물을 잘 키워본 경험이 없어 실내 화분에 관심이 없었다. 꽃을 새로 심을 때도 밖에서 겨울을 나는 종류로만 샀다. 꽃보다는 나무를 선호하고 관리도 최소한으로 한다. 나무도 자립심을 길러야 한다는 말은 하지만 사실은 내가 매우 게을러서다.
가지나 잎을 잘라 심어도 번식이 가능한 식물을 나눠 주신 이웃들 덕에 화분이 하나둘 늘었다. 그 화분조차 밖에서 관리했는데 그중 추운 것을 못 견디는 식물들이 있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실내로 화분을 옮기게 되었다. 다행하게도 식물들이 잘 자라 분갈이를 해 주고 삽목을 하면서 화분이 늘어났다.
하루는 몬스테라 잎에 물이 맺혀 있고 바닥은 떨어진 물방울 때문에 젖어 있었다. 어디서 물이 샐 리도 없고 이유를 알지 못했다. 바닥을 닦고 잊었는데 다음날 또 같은 일이 생겼다. 마치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반복되는 일이 걱정되어 검색해 보고 물을 너무 많이 줘서 그랬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식물이 물이 모자라서보다는 많아서 해를 입는다는 것도 배웠다.
겨우내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새잎이 나오려고 꿈틀대는 것을 보았다. 밝은 연둣빛 잎이 수줍은 듯 돌돌 말려 있다. 매일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것이 번데기 고치를 찢고 나온 나비가 아주 천천히 몸을 말려가며 날개를 펴는 모습과 닮았다. 어느 날엔 손으로 얼굴을 가린 듯한 모양이 되기도 했다. 여리고 얇은 이파리에 잎맥이 모세혈관저럼 비친다. 그러다 아주 활짝 피었다. 꽃이 아님에도 피었다.
화분이 실내에 있으니 눈이 자주 간다.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남편과 키가 자랐나 새잎이 나왔나 잎이 변색되었나 자주 이야기한다. 식탁에 앉아서 볼 때 화분 뒤로 보이는 창틀을 기준 삼아 키가 자랐는지 가늠해 보고는 한다. 그다지 눈에 뜨이는 변화가 없는데도 남편은 키가 쑥쑥 자란다며 대견해한다. 아무래도 키 재는 판을 만들어야 할까 보다. 마치 아이 키우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