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5
지난 주말에는 이전 회사 동기와 함께 산에 올랐다. 요즘 내가 주말마다 등산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나에게 등산 데이트를 신청했고, 둘의 중간 지점인 청계산을 방문했다. 함께 등반했던 것이 2011년이었으니 6년 만에 함께한 두 번째 산행이었다. 이야기를 하며 올라가느라 숨이 가빠 평상시보다 조금 더 힘들기는 했지만, 동행자가 있어 오르내림을 같이 하고 맛있는 식사까지 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주만에 나는 홀로 관악산을 찾았다. 전날 지인을 따라 반나절 동안 자리에 앉아 수행하는 위빠사나 명상 프로그램(정토회)에 다녀왔더니 아침부터 몸이 뻐근했는데, 걷다 보니 굳어 있던 몸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상쾌한 공기와 어여쁜 단풍, 걸을수록 신체 컨디션까지 좋아지니 콧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산책이었다.
나는 머리만 열심히 사용하는 사람이라 신체 감각에는 둔감한 편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나에게 집중을 하려 노력해서인지 감각이 조금 예민해졌다. 그래서인지 산을 오르고 내릴 때 다양한 근육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지각하는데, 그 알아차림은 즐거움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재미로 주말마다 꼬박 산을 오르고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등산을 왜 즐거워하고 있는지도 생각해야 하는 나라니 풉 하고 웃음이 났다.
등산은 꽤나 위험한 활동이다. 지형이 매번 바뀌기에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 온전히 걷는 행위와 나의 다리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아무리 한 가지에 집중하려 노력해도 되지 않는데, 등산을 할 때에는 생존(?)을 위해서 온전히 현재의 상황, 산을 오르고 내리며 다음 발을 내딛는 행위에 집중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의 몰입 덕분에 등산을 할 때에는 마음이 항상 평온하다.
전 날의 위빠사나 명상 전 지인이 '허기'라는 감각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지인의 말에 의하면 현대인들이 느끼는 허기는 대부분이 '가짜 허기'라고 한다. 식사 시간이 되었으니깐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 혹은 다른 여러 정서적인 이유로 허전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가짜 허기'.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허기뿐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 감각뿐만 아니라 외로움 같은 마음도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악산을 오르내리며 순간에 집중하는 연습을 했으니, 그 힘으로 나의 감각과 나의 마음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매주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심리상담사도 나에게 그것을 원하고 있겠구나 라는 깨달음이 왔다. 관악산을 오르내리는 시간만큼만은 진짜 나를 보고자 다시 다짐하고 노력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