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관악산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햇살 Mar 17. 2020

등산, 나를 알아가는 시간

2017.10.22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 먹자마자 지난주와 같이 버스를 타고 관악산 호수공원 입구로 향했다. 마음 같아서는 토요일, 일요일 주말 모두 관악산으로 향하고 싶지만, 체력적으로 무리인 것 같아서 일요일 하루만 등산을 간다. 몸 관리를 위해 주중 저녁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지만, 허리가 아파 몇 달 운동을 쉬었던지라 체력이 금방 붙지는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욕심을 부리며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했을 텐데, 요즘은 그런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다. 사람이 큰 일을 겪으면 변한다더니,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나 또한 변하는구나 싶어 스스로가 신기하다.



d


 

7일이 지났을 뿐인데, 지난 일요일보다 나무들의 단풍이 더욱 예쁘게 물들었다. 우와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오는 풍경 덕에, 핸드폰 카메라를 내려놓을 줄 모르고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엄마가 친구분들과 등산만 다녀오면 카카오톡으로 풍경사진, 단풍 사진, 꽃 사진 등을 잔뜩 나에게 보내고는 하셨다. 이제야 그 심정이 이해가 되는 것을 보니 나도 나이가 들고 있나 보다. (나이가 아니라 안목이 늘었다고 하면 안 될까?)


 한 걸음씩 조심스레 관악산을 걸으며 이 날은 지난 목요일 심리상담시간에 상담사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상담사와의 대화는 항상 상담사의 질문과 나의 대답으로 이어진다. 저것을 도대체 왜 묻는 것일까? 라며 상담사의 실력을 의심하기도 했다. 나는 이미 나에 대해서 충분히 잘 알고 있는데, 왜 저런 뻔한 것을 물어보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그 대화를 다시 복기해보며 조금 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나는 나에 대해서 정말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스스로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채찍질하던 내가 느긋한 사람으로 변화하고 있고, 촌스럽게만 보이던 울긋불긋 단풍들로 뒤덮인 산의 풍경에 진심으로 감탄하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나라는 것은 주민등록증의 증명사진 같은 것이 아닐까. 내 얼굴이지만 사진사의 기술로 인해 살짝 수정되고 만들어진 이미지인 증명사진. 만인에게 나임을 증명하는 사진이지만 사실 나의 얼굴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나라는 것도, 나의 생각으로 조금씩 다듬고 포장하여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생각이 든다. 꾸며지기 전의 증명사진을 마주할 때의 당혹스러움처럼, 온전한 나를 만나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 여태 외면했던 것 같다. 단풍길을 밟으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씩 생각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운 단풍같은 마음을 갖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