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장소가 있더라도 그 곳이 회사 근처가 되면 우리는 출퇴근에 쫓겨 그 공간이 주는 풍경이나 여유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나에게는 회사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청계천이나 대학시절 내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던 덕수궁 돌담길이나 삼청동 현대미술관 근처가 거의 매일같이 보지만 보지 않는 그런 공간이 되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 것도 좋다는 말이 공감가게 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어진 여유시간에 내 일상을 조금이라도 즐기자는 생각을 갖게 되기도 했다.
직장 근처에서 날이 좋을 때면 점심을 먹은 뒤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청계천을 걷거나 꽃피는 봄이나 단풍지는 가을에는 덕수궁 돌담길을 걷거나 덕수궁에 들어가 한 바퀴를 돌다가 나오는 일이 그런 종류의 일들말이다. 사무실에서는 오늘이 날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기도 하고 스트레스받은 날에는 머릿속을 환기시킬 겸 점심을 빠르게 먹고 커피 한잔을 들고 열심히 근처를 산책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그래, 내가 이래서 광화문을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했지?"하는 생각과 함께 머릿속도 맑아지며 기분이 한결 좋아지곤한다.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블루보틀의 맞은편에는 "마르셀(MARCELLE)"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통창으로 되어있는 레스토랑 안쪽으로는 카페로 운영하고 있고 오픈 키친을 뒤로해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명동, 도산, 광화문점으로 세 군데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열어서인지 인테리어도 분위기도 광화문점이 좋은 것 같다. 청계천을 배경으로 한 이 레스토랑은 이탈리안 식당으로 유명하지만 근처에 온다면 카페로 들르기에도 좋은 곳이다. 커피는 식당 피셜 서울 3대 원두인 코페아, 프란츠, 발루토 중에 고를 수 있는데 순서대로 산미가 강하고 보통의 산미 고소한 맛이 강한 원두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카페라테를 좋아하기에 발루토를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는 코페아를 추천한다. 물론 산미가 싫다면 다른 프란츠도 좋을 것 같다.
마르셀 앞 빈백에 앉아서 카페라테&바닐라라테
지난 금요일 날이 너무 좋기에 회사에서 도시락을 먹고 나와 이 곳에 들러 커피들고 가게 앞의 빈백에 앉아 청계천을 바라보는데 행복하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언제쯤 마스크 없이 편하게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를 찾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는 약간 광화문 광장을 따라 경복궁 방향으로 올라가 보려고 하는데 디타워를 뒤로하고 경복궁 방향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더케이 트윈타워 1층에 "테라로사 광화문점"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강릉 본점에 비하면 크기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세련된 느낌의 광화문 테라로사는 점심에는 브런치를 판매하고 있기에 점심과 커피를 동시에 해결하러 가기에도 괜찮고 커피를 마시러 가도 좋은 곳이다.
카페라테&핸드드립
기본적으로 많은 커피 종류가 있기에 커피는 취향껏 고르면 되겠지만 나는 브런치가 생각보다 맛있어서 가끔 손님이 오거나 점심에 여유가 있을 때 이 곳에 가는데 공간도 넓기에 자리를 잡는 것도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물론 요즘 같은 때는 그런 여유를 느끼기가 조금은 어렵겠지만 말이다. 테라로사에서는 웬만하면 드립 커피를 많이 마시는 편인데 원두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드립 커피를 마실 때는 산미가 강한 커피를 좋아하는데 잘 모른다면 직원에게 원하는 맛을 말한다면 가장 적당한 원두를 추천해 줄 것이다. 광화문이나 삼청동에 들린다면 드립 커피 한 잔을 이 곳에서 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테라로사에서 더 올라가서 길을 건너 삼청동 쪽으로 계속 올라가다 현대미술관에서 정독도서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정독도서관 올라가기 전 바로 난 골목길 끝에 내가 이 글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커피 방앗간"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곳은 커피 맛집이지만 무한도전에서 그림 그려주는 카페 주인이 있는 카페로 알려지기도 했었는데 한옥을 개조해서 작은 마당을 가지고 있는 이 카페는 대학생 때부터 즐겨 찾던 곳이다.
더치아메리카노와 한옥정원
웬만한 커피 메뉴는 다 맛있기도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원픽메뉴는 "더치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진한 더치커피(=콜드 브루)의 맛이 꼭 진한 다크 초콜릿의 맛이 나기 때문이다. 카카오 함량이 높은 신맛 나는 진한 초콜릿을 연하게 탄 맛이랄까? 나는 단맛이 적은 다크 초콜릿을 좋아하는데 딱 그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이 곳에 가면 늘 이 커피를 찾게 된다. 다른 메뉴는 모르겠지만 이 메뉴만큼은 다른 데서 찾지 못하는 매력이 있달까? 얼마 전에 갔을 때 와플은 예전만 하지 못했지만 이 커피만큼은 아직도 괜찮은 것 같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오래된 한옥에서 빈티지한 테이블 몇 개를 두고 안쪽으로 트인 창으로 한옥집의 작은 마당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지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한옥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말이다.
예전처럼 멀리 여행을 간다던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일상을 갖지는 못하지만 가끔은 시간을 내어 스스로에게 심심한 위로와 소소한 행복을 찾다 보면 코로나 19라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터널을 지나 새로운 일상을 찾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기분이 다운될 땐 "커피 한잔"이 주는 여유로 지친 마음을 달래주었으면 좋겠다.
"모두 Stay Safe!"
: 이글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적인 생각을 적어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말로는 내돈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