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를 통해 미국에서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를 떠났다는 기사를 접했다. 처음 헤드라인을 보고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회사를 떠난 이유는 코로나를 통해 재택근무를 하며 많은 이들이 “가족과의 시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것이며 재택근무가 끝난 후 회사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선택에는 먼저 재정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 나도 스스로에게 “재택근무가 끝난다면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가?”란 질문을 던지게 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던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벌써 일 년이 되어간다. 당분간은 재택근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앞선 질문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든 생각은 재택근무가 병행이 가능한 같은 업계 회사가 있다면 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열린 업무의 형태가 지금의 회사에 적용되면 좋으련만 우리 회사는 많은 기업들이 그러하듯 사무실 출근이 기본 업무형태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회사에 큰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로 인해 반 강제로 재택근무를 경험함으로써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이제는 막막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은 단순히 질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방향이나 가치관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말이 었다는 것이 이제는 조금씩 실감이 난다.
재택근무를 하며 나의 삶은 전보다 단순해졌다. 침실에서 나와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열 발자국도 안되게 걸어가 방문을 열어 회사에서의 삶이 온라인으로 시작된다. 내가 하는 업무는 일의 특성상 정해진 근무시간 동안에 시간대별로 처리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기때문에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일이 줄어든다거나 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리모트로 접속하다 보니 느린 리모트 네트워크 환경과 사투를 버리느라 같은 업무를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들곤 한다. 거기에 자리에 앉아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 회사 커뮤니케이터의 상태 표시뿐이기에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우는 일이 전보다 더 신경 쓰이는 일이 됐다. 나에게 있어 재택근무의 장점은 업무강도나 양에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출근보다 재택근무가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출퇴근으로부터의 자유다. 편도 1시간, 왕복 두 시간에 회사를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30분까지 생각한다면 나는 재택근무를 통해 하루에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을 나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가 시간을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시간 이상의 잠을 더 청할 수 있게 되었고 가끔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개인 운동 수업을 받고 커피 한잔을 사들고 와 샤워를 해도 9시 출근시간이 되지 않는 아침형 인간으로서의 나를 경험할 수 게 되었다. 비단 출근시간뿐이랴, 일찍 퇴근을 하는 날에는 집 근처 헬스장으로 운동을 한 시간 다녀오거나 잠시 외출을 해도 저녁 8시가 되지 않았다는 것에 시간을 벌고 있단 기분이 들어 내적 춤을추곤 한다. 재택근무가 아니었다면 나에게 절대 주어지지 않았을 매일의 두 시간이라는 시간은 나의 삶의 활력을 되찾아주었다. 물론 그런 시간적 여유는 가족들과도 더 많은 시간과 일상을 보내게 만들어주었다.
또 하나의 좋은 점은, 사무실이라는 삭막한 공간으로부터의 자유다. 격식 있는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부서는 아니지만 매일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고 불편한 옷을 껴입고 하루 종일 일했던 지난 10년을 떠올리면 그동안 출근을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돈을 쏟아부었던 것인지 새삼 실감이 난다. 또한, 자연스레 불필요한 인간관계, 사회생활로부터의 자유도 얻게 되었다. 이는 비단, 재택근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회식이나 모임도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었고 전보다 개인으로서의 삶에 중심을 맞추어 살아가게 되었다. 분산근무를 하게 되며 전보다 개인의 삶에 집중하게 되었고 사적인 관심은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었다. 물론, 이는 회사 입장에서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줄어들고 직원들이 유대관계가 약화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다.
물론 재택근무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택근무만으론 부서 내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말 그대로 사무실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의 업무성과와 노력을 드러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 작년은 특히나 개인적으로 중요한 승진을 위한 성과를 보여주어야 했던 해 중의 하나였기에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되기도 했고 나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이런 나의 노력은 인정받게 되었고 좋은 결과로 작년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좁은 방에 갇혀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가끔 단순해진 삶의 모습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점심을 뭐 먹으로 갈지 고민하던 때가 그리울 때도 있지만 난 지금의 단순한 삶이 좋다. 단순한 일상을 반복하며 그 안에서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일상을 단순하게 살아가는 게 참 좋다.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코로나로 인해 단조로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단순한 일상의 즐거움을 그 안에서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