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18화 하고있는일그냥하기

by 김목화

안녕하세요. 여기는 3월입니다.

4월이 되어서야 이 편지를 보낼 것 같아서요.

저는 그저께부터 눈여겨온 한 카페를 방문했어요.


집에서 30분 정도 되는 거리여서 큰마음 먹고 (사실 그 정도는 아님.)왔어요. 작업하기 편한 카페라는 뉘앙스로 광고하더군요. 편하게 하라면서….아니, 그런데 너무 불편한 거 있죠? 사실 제가 너무 사장님들과 가까운 자리를 선점해서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뭐가 잘못된 걸까요? 불편한 점이 투성이에요.


아마 다시 안 올 것 같기는 한데 한번 불평을 해보았어요. 여기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관심을 너무 많이 받았네요. 지금은 그래도 저 같은 카페 일하는 종족(?)이 생겨서 그나마 편하게 일을 하고 있기는 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2시간 정도 무리 없이 카페에서 일을 한 것이니, 괜찮은 것 같아요. 다만 이제 다시 방문할 일이 없다는 것이죠. 카페 구조가 너무 확 트여있어서 작업하기 불편하달까요.


조도도 너무 높고요. 조용해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너무 분명하게 들리고 어수선해요.

(제가 소리에 아주 예민하답니다.)


정말이지 날씨가 이상해요. 바깥 날씨가 분명 제가 밖을 나설 때는 해가 좋은 좀 추운 겨울 날씨였는데,

지금은 눈이 펄펄 왔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네요.

꽃샘추위라 하니 다들 조심하시길 바라요.

제 편지를 받을 즈음에는 날씨가

아주 좋아졌으려나요?

지금은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예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하고 있는 일 그냥 하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세상에서 ‘하고 있는 일 그냥 하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은 없는 것 같아요. ‘그게 왜?’라고 물으신다면 당신은 정말이지 대단한 겁니다. 당신은 짱!


저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고, 여태까지 여러 분야에 발을 담갔다가 뺐다가 맛본 적도 많습니다. 게다가 지금도 딱 하나로 제 직업을 말하기에는 조금 곤란해요. 저는 현재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지만,

19년도부터 독립출판 작가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독립 출판을 한 분야에서만 일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림, 만화, 시나리오 등등 가짓수로는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뭐가 저의 스페셜리티,,

즉 가장 대표할 만한 직업인지 고뇌 아닌 고뇌를 했어요. 꼭 이렇다고 결정짓거나 정의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불안과 번뇌가 울컥울컥- 올라오더라고요.





요즘에 누군가가 저에게 직업적 정체성을 묻는다면 저는 작가라고 할 것 같아요. 정확히는 에세이스트(말이 이상한데) 그냥 에세이 작가죠.


그런데 욕심내서 만화도 그리고, 일러스트도 그리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듯하네요. 아무래도 원고료를 받고 나니까 우선순위나 삶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과 같은 게 명확해졌어요. 저는 글을 다듬고 쓰고, 정갈하게 사람들에게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졌어요.


그런데 그러면 그림은 뭐냐고요?

저는 그림은 그냥 늘 하던 거예요.

그림은 고등학생 때부터 저의 감정 배설구며, 잘하고 싶은 거였어요. 학교도 그림 관련해서 졸업하다 보니 꼭 이것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욕망과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에 휩싸여있었죠.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마전부터 많이 내려놓았어요. 그랬더니 조금 괜찮아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도 여전히 무언가 게시물을 업로드하고 나면 벌벌 떨어요.


막 손을 벌벌-떠는 정도까지는 아니고, 신경을 많이 쓴다는 거죠. 여전히 저는 그림을 잘 그리고 사람들이 저를 (제 그림이나 만화를) 좋아해 주었으면 해요. 많이 많이 좋아해주세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을 그냥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저는 지금 우선순위를 두고 여러 가지를 하고 있어요. 대학생과 에디터와 독립 출판 작가로서의 자아를 잘 배분하면서요. 그런데 가끔 욕심이 들어요.


학업을 꼭 해야 할까? 아니면 뭐 만화로 내가 원피스를 그리지도 못하는데 그려야 할까 하는 그런 급작스러운 고민이 자꾸 들어요. 하지만 이제 항상성을 지니려고 해요.







제가 잘하고 그러니까 제가 짱이고 이런 말은 전혀- 아니에요. 저는 아직 정말 모자란 중생인걸요.

하던 일 계속하는 건 정말 이상하고 어려운 일이에요.

저희 부모님은 어떻게 같은 직장을 30년이나 다녔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대단한 거죠.

엄청난 항상성을 가진 거니까요. 항상성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좀 그런데, 사실 여러 가지를 의미하는 것 같아요.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
어떤 일에 상처 입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회복탄력성도 좋다는 거죠.
게다가 일상을 잘 산다는 거니까,
매우 매우 일상에서 성실함을
유지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당신은 대단한 거라고요.




저도 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한 번씩 글에서라도 칭찬을 해줘야 나름의 회복과 힐링-같은 것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오늘 이 글을 읽었다면, 본인에게 OO아 잘했다. 짱이다. 육성으로 말해보세요.

그럼, 안녕. 즐거운 하루 되세요!




월, 목 연재
이전 17화목화레터 17화 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