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19화 여우가범의허리를끊었다.

by 김목화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여우가 끊은 것은 아니고요. 제가 혼자 제 허리를 끊었습니다.’라고 적으면 뭔가 되게 의미심장해 보이네요.


좋지 않은 자세 습관과 체형과 과도한 작업으로 인해 척추측만증과 급성통증이 생겼는데요.


4월 3일 새벽에 야간통으로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면서 괴로워했답니다. 야간통은 뭐냐면, 밤에 아주 아픈거에요.


아픈 부위는 이제 목에서부터 허리까지입니다. 다리 부종과 오른손 저림도 있어요. 완전히 종합병원이죠? 저를 유지하는 품위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드네요. 하하.


지금은 현재 정형외과를 다녀온 상태이고, 약을 먹으면서 주사도 맞고, 도수치료도 받으려고 합니다. 사실 지금 굉장히 유쾌한 척 호쾌한 여성인 척 쓰지만 정말 많이 아팠어요.


제일 무서운 것은 허리도 허리인데, 손목이 너무 저리고 아파서 그림을 하루 종일 하나도 그리지 못하는 거였습니다. 당연히 타자도 치지를 못했고요. 아. 그때 아차 싶었습니다. 동생이 항상 잔소리하는 레퍼토리가 있는데요.


“누나 누나는 마음은 잘 돌보는데, 몸은 왜 안 돌봐? 몸을 좀 돌봐!”

이제 몸을 좀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옴짝달싹할 수 없고 그림도 그릴 수 없고(!) 글도 못 쓰고! 정말이지 이게 지옥인가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계속 아프다고 어린아이처럼 우니, 엄마는 우리 목화 어떻게 되었구나! 어떡하냐 싶었더랍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은 많이 발전해 있어서 제가 열심히 운동하고 재활하면 정상인의 뼈 상태로 돌아갈 수 있대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애인도 아닌데 엉덩이 공개한 썰푼다. (너무 저렴하네요. 죄송합니다.) 약간의 이야기을 풀자면, 주사를 맞았어요. 근데 그게 그냥 단순한 엉덩이 주사가 아니라 신경 가까이 놓아야 하는 통증 주사였어요. 간호사분도 남자분이고 의사분도 남자분이었어요.


그래서 막 수치스러웠던 게 아니라, 이제 엉덩이와 허리 부분을 까고(?) 주사를 맞는데 속으로 ‘문신 보고 놀라시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별 반응이 없었고. 오히려 “주사 놓을 데가 정말 많네요.” 하시면서 놀라신 정도였어요.





주위 모든 사람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기분이 들어요. 잉잉. 엉엉. 하지만 어리광을 부린다고 제 몸이 나아지지는 않겠죠.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마라탕을 한 그릇 해치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파서 아르바이트를 못 갔던 바람에 실직했거든요. 인쇄비를 벌어야 하는데 말이죠.


이 레터가 올라갈 즈음에는 두근두근 칸새 행사가 있는 주말이 가까워지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칸새도 그렇고 하만전 (하고싶은 만화전)도 그렇고 어쨌거나 작가들에게 작업을 할 수 있는 명분과 구실을 주는 의미에서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2019년도 만화를 칸새에 데려가는데 굉장히 부끄럽고, 저는 업데이트가 많이 되었는데 만화는 거기 그 시간에 머물러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 만화를 열심히 그리고 있어요. 다른 작가분들과 했던 스터디도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고, 최근은 아니지만 몇 개월 전에 만화 서점에서 책을 하나 구매했어요. 제가 한 5시간 전에 봤던 만화책인데 도대체가 보이지를 않네요.


책장 정리를 다시 해야겠어요. 제목이 잘 기억이 안 나서 계속 아키라 어딨다며 아키라라고 부르는데 그게 아니고요. 바로 아카리 입니다. 철자가 비슷하죠? 하하. 어디 있었냐면요. 제 손목 옆에 있었네요. 이불 다 뒤졌는데 말이에요.




아카리는 정말 재미있고, 무엇보다 그림체가 포슬포슬해서 제 그림체에 참고가 많이 되지 않을까 하여 산 책입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장인인 할아버지와 어떤 손녀 아닌 손녀 같은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예요. 스테인드글라스가 나오는 연출이 상징적이기도 하고 묘하게 텁텁해서 마음에 들더라고요.


오늘 정말 말 같지도 않은 말들로 2,000자를 적었는데, 참 인생이 그런 것 같아요. 개연성 없고 말 같지도 않은 것. 그래도 여러분 이런 고통이 있어야 좋은 일이 생길 때 더 크게 아름답고 기쁠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두 하나도 아름답지 않지만, 실패로 가득한 일상에서 가끔 미소 지으시길 바랄게요. 그래도 탄핵 인용했기 때문에 행복하기는 하네요. 어둠은 빛을 이기지 않는다는 말 항상 기억하고 있습니다. 4월 잘 보내자고요!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