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 찬 날이네요. 아까 태풍처럼 강력한 바람이 마구 불고 소리가 들리다, 지금은 잠깐 비가 그쳤어요. 그런데 주말과 다음 주중 내내 비가 올 것 같더군요. 사실 지금 글 쓸 기분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하는 것은 바로 일이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목화레터를 쓰는 일은 고료를 받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저와의 약속,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과의 약속의 의미가 크니까요.
어제는 칸새를 다녀오고, 다음 만화 행사가 아니더라도 제가 생각해 보니 책을 낸 지 정말 오래됐더라고요. 2019년부터 1년에 한 권 이상 내는 미친(positive) 일을 해냈는데. 졸업 연도인 2023년부터 현재 2025년까지 아무런 책이 없다는 것은 좀 그렇네요. 좀 그런 게 아니라 게으른 것이죠. “2023년도부터 지금까지 뭘 하셨나요?”라고 물으신다면, 대학 재학기간 망가진 멘탈 회복과 재정비 기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말풍선’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고요. 만화를 다시 그리게 된 계기에 관해서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원래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시작한 저의 독립 출판에 만화는 희미해졌다는 사실을 문득 인지했습니다. 어떡해. 어떡하긴요. 새로 그려야지요. 만화 애호가보다 못한 어정쩡한 위치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상종할 수 없다는 생각을 마구 했어요. 저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제 뭐라도 그린 작가라는 타이틀로 있고 싶어서 그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하죠? 막 대단한 할 얘기가 있어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타이틀이 좋아서 유지하고 싶다니, 저는 그래요.
그래서 올해 초 칸 연출 공부하는 스터디도 같이 하고, 만화 복사기 챌린지도 했어요. 만화를 한 번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이 감각에 의존해서만 그렸다는 부분이 매우 부끄러웠고요. 그런데도 제가 감각적으로 그리는 부분이 많은 유형의 작가임을 깨달았어요. 그러니까 너무 섬세하게 판을 짜놓는 것이 도움이 잘 안되고 오히려 백지 공포증이 생기게끔 하더라고요. 그래도 기본적인 구조나 얼개는 짜놓은 뒤 흐름대로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이제 좀 본론적인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말풍선이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정말 배치하기 어려워요. 만일 쑥쑥 읽혔다면 그것은 고수의 만화거나 편집자분의 피땀 눈물로 이루어진 만화가 아닐까요? 어쩌다 보니 말풍선이 아니라 만화 공부 이야기를 잔뜩 했는데요. 사실은 제 머릿속에 말들로 가득 차서 이제는 터질 것 같은 말풍선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 말풍선은 도대체 말이지 조금 비우면 다시 차올라서 터질 것만 같은데 도저히 터지지는 않아요. 가끔 글이나 그림으로 풍선의 바람을 잔뜩 빼줘야지 되는 것 같아요.
이런 걸 창작욕이라던지 예술성 같은 있어 보이는 말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아요. 대충 ‘감정 배설 욕구’와 비슷한 것이겠죠. 화면 안에 말풍선을 제대로 배치하고 사람들이 제가 원하는 대로 읽도록 설계하는 것도 매우 복잡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가시적이지도 않는 말을 어떻게 잘 배치해서 제가 바라는 대로 의도에 따라 들리게 할까요. 그건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포기했어요. 말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제가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만 배치하는 게 제 인생 목표입니다.
여러분들의 말풍선들은 어떠한 모양과 내용물을 가졌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제가 힘이 안 나기 때문에 힘내란 말 안 하겠습니다.
힘내지 마세요. 힘내고 싶을 때 내세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