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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 Jan 12. 2022

반포 국민학교 1학년 5반 7번

반포에서의 인생이 시작된 시점 

삼천리 연탄, 아니 삼표 연탄이었던가. 사당동 (정확히는 관악구 남현동) 군인아파트에서 정확히 5일간 강남구 반포동 반포 국민학교로 등교해야 했다. 5일의 등교 동안 나는 엄마와 버스를 탔다. 몇 번 버스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도 555나 567번이었던 것 같다. 안내양한테 얼마큼의 차비를 건네고 나서 사당역을 금세 벗어나고 있다는 사인은 삼표연탄을 지나는 것이었다. 한자로 석 삼자가 쓰인 삼표 연탄.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사당동의 풍경을 벗어나면 잠시 후 신호등을 아주 많이 지나고 (이수역으로 추정되는 그 중간 풍경은 생각나지 않는다) 도시로 진입한 느낌을 받으면 거기가 바로 반포였다. 

1985년 3월 4일에 입학했다. 입학한 날부터 한 일주일은 밖에서 수업을 받았기에(내 기억엔 그랬다. 아니 그런데 왜 애들을 밖에서 세워놓고 수업했지? 수업시간이 그렇게 짧았나?) 키는 선 자리에서 대충대충 쟀다. 나는 7번이었고 연두색 사과 모양의 이름표를 받았다. 학년과 반, 이름이 손글씨로 쓰여있었다. 아마도 선생님의 글씨. 강명자 담임 선생님.  

날짜가 정확히 기억나는 건 그날 방송국에서 촬영을 나왔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와서 우릴 찍고 있다니! 그날 저녁 엠비씨 뉴스데스크에 나왔다. 오늘 서울 반포 국민학교 입학식이 열렸습니다(그 멘트는 아니었겠지만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산만하게 줄 서 있는 수많은 1학년들과 카메라로 다가와 장난치는 천둥벌거숭이들의 모습이 나왔다.  

입학식이 끝나고인지 아님 그 다음다음날쯤 됐는지 엄마와 고려당에 갔다. 고려당은 동아상회의 옆 옆집쯤에 있었다. 아마도 반포치킨 옆쯤? 빵도 사주고 우유도 먹었다. 우유는 따뜻했다. 빵집에 앉아 포크로 빵을 찍어먹는 것이 처음이었다. 

며칠 지나 드디어 교실에서 수업을 하게 됐다. 아, 서서 수업을 할 때의 내 짝꿍. 남자 7번은 이남수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교실수업을 시작하며 키재기를 다시 했는데 나는 여전히 7번. 이남수는 13번쯤으로 저 뒤로 갔다. 진짜 번호는 21번이었던 것 같다. 번호는 생일순이었고 1월 생은 나 혼자였다. 남자는 몇 번까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는 꼬래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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