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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노출된다는 것

우리에겐 거부할 권리가 있다.


비폭력 대화를 접하고 나서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폭력을 다시 보게 되었다. 

직 마음에 남아있던 마의 그때 그 말. 아빠의 혀 차는 소리. 내가 동생에게 했던 말들,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도 나는 종종 폭력의 상황에 있더라. 부모로서  애정, 나를 위한 사랑이었다고 예쁘게 포장되어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


나는 나를 비롯한 이 세상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하다고 생각한다. 9년째 하고 있는 봉사모임 커넥팅 러브도 귀한 누군가를 위해서 시작했고  스타일 컨설팅을 하면서도 컨설턴트로서 혹여나 상처가 될까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가까운 이나 가족들에게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뉘앙스조차 매우 조심하는 편이다

아는 만큼 그에 맞는 반응을 하게 되 더러 어떤 이는 이런 나에게 "예민"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본인은 쿨함으로 호탕함으로 폭력을 가리는 무지를  범하면서 말이다.


원하지 않아도 공기에, 바람에 노출되듯 선택하지 않아도 그러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걸 보고 있는, 당하고 있는 나의 반응이다.


어느 정보를 나누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단체 톡방에서의 일이다.

한 친구가 다른 이의 이를 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불만은 지극히 개인적이긴 하나 그 상황에 놓였다면 나도 그렇게 화가 났을 것 같았다. 불만은 어느새 욕설이 되었다.

 단지 욕설의 단어들의 나열이었지만 그걸 읽으면서 그녀의 격앙된 목소리, 분노의 마음, 상처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가 나에게 한 말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 폭력에 노출되었었다. 언어폭력.

나는 그때 친구에게 욕설을 자제해 달라고 했었다. 욕설 자체가 스스로의 감정을 더욱 격앙시키기도 하고  상황을 충분히 인지했으니 입장의 설득을 위해선 거친 단어의 지속적인 나열이 단톡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그 친구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수용하는 내입장에선 불편감이 있었고 사실 마음이 상한 그녀가 내 말을 수용해줄지는 미지수. 그때 의외의 말을 들었다.


-글을 쓰는 이의 일방적인 표현인 글도 독자에 따라선 폭력으로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상대를 위하고 사랑하는 행동도 때로는 폭력이 되기도 하는데 각자의 삶의 모습이 다르므로 상황마다 받아들여지는 마음은 다를 수 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열린 마음인 것 같다

우리의 목적이 서로를 비난하고 상처 주고 무시하는 게 아닌 이상 나도 모르게 자행되는 폭력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다시 노력하면 되니까 -


누군가에게 폭력을 인지시키는 건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실수를 드러내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나의 지적이 아무리 애정의 동기였어도 싫을 수 있다. 그리고 나도 그걸 알지만 말한 것이고. 

사실 더 놀란 건 그 친구의 반응이었다. 자신도 감정이 격앙되고 있었는데  말을 들으니 마음이 정리가 된다고 ,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그 친구에게 되려 고마워졌다. 우리는 서로에게 안전한 관계가 되기도 하고 말이다. 



어쩌면 폭력을 인지하고 수정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귀한 만큼 타인도 귀하다는 생각

우리는 언제나 배우며 성장하는 존재라는 생각

노력하고 인내할 때 더 안전하고 건강한 관계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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