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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빛 Aug 25. 2023

22개월, 다다의 언어생활

수다쟁이 아기와 대화하는 즐거움

  "아빠 회사 갔다 왔어? 잘 갔다 왔어?"

  "다다 어린이집 좀 있다 갈래요. 대발이 책 보고 가요."

  "엄마! 콩이가 다다거 궁금해해!"

  "새싹반 선생님 손 아야 해서 의사선생님이가 밴드 붙여줬어"

  "00이가 **이 블록 뺏어서 **이가 울었어. 선생님이가 **이 울지마 했어."

  "할미 고릴라 회사 갔다가 이제 깜깜해져서 집에 가고 있어?"


  2021년 10월에 태어나 이제 두 돌을 향해 달려가는 22개월 다다는 말을 잘한다. 그것도 이렇게나 유창하게. 두 달 전, 다다가 20개월에 접어들었을 때 받은 '영유아언어발달검사(SELSI)'에서 수용, 표현, 전체 언어 발달이 상위 1%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본적인 감정과 욕구 표현부터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전달(선생님께 여쭤보면 제법 정확하다)하기까지 단어와 문장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말한다. 엄마, 아빠의 대화를 듣다가 "엄마 공 뻥 가?"하고 자연스럽게 끼어들기까지. 언어생활 전반에서 놀라운 발달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직업 상 영유아기 아이들의 언어발달과정을 늘 지켜보는 나로서는 발달 상의 문제가 있지 않다면 영아기에 말이 조금씩 빠르고 느린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내 아이가 말이 빠른 것을 보니 그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생활의 많은 것들이, 아니 거의 모든 것들이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


 초기 이유식 시절부터 주는 대로 척척 그릇을 비워내던 다다는 지금도 먹는 것에 아주 적극적이다. 아직 눈도 못 뜨면서 "엄마, 다다 배고파."라는 말과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먹고 싶은 음식도 확실히 주문한다. "미역국밥 주세요." 냉동실에 얼려둔 미역국이 있음에 안도하며 아침을 차린다. 나의 퇴근이 늦어져 아빠와 하원을 한 날이었다. 다다를 픽업했다는 전화를 반갑게 받아 "다다~ 저녁 뭐 먹을 거야?"하고 물었더니 다다는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묻냐는 듯 대답했다. "다다는 아빠랑 돈가스 먹어야지. 돈가스 안에 꼬꼬 있잖아."


 요구를 말로 표현하니 생떼를 부리는 일도 적다. 외출 전 현관에서 신고 싶은 신발이 있으면  "새 거 신발 신어야지." 과자를 먹는데 콩이(강아지)가 다가오자 "콩이가 다다거 먹어요." 책꽂이 옆 높은 곳에서 연필꽂이를 발견하고는 "이거 볼펜 주세요." 젤리가 먹고 싶을 땐 "젤리 주세요. 지렁이 아니야. 곰 젤리 두 개 주세요." 짜증이나 울음이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 대화로 평화롭게 해결되니 육아의 난이도가 낮아진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감동도 말로 표현해 주니 다다가 보고 느끼는 세상을 알 수 있어서 행복하다. 등원하는 차 안에서 갑자기 들뜬 목소리가 들리면 무언가 재밌는 것이 다다의 눈길을 끈 것이다. "다다 견인차 봤어!" 포크레인, 지게차, 레미콘, 덤프트럭, 버스. 신기하게 생긴 자동차들은 다다의 감탄을 부른다. 지나가는 사람과 산책 중인 강아지들은 물론이고 날아가는 새, 곤충, 각종 풀과 나무도 "까마귀 뭐 하고 있어요? 아저씨 어디 가요?"와 같은 다다의 질문 폭격에서 빠질 수 없는 대상들이다. 햇빛이 얼굴에 비추면 "햇님 저리 가. 다다 눈부시잖아"하다가 구름에 햇빛이 가려지면 "햇님 집에 갔어."하고 마치 다다의 말을 햇님이 들어준 것처럼 뿌듯해한다. 어느 날은 구름을 보고 "다다 무지개 구름 봤어. 구름 예쁘다."하고 감탄한 덕에 온 가족이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이게 뭐야?"로 시작하는 질문 공격은 시작된 지 오래이고, 요즘은 "무슨?"이 더해졌다.

  "이게 뭐예요?"

  "자동차야."

  "무슨 자동차예요?"

  "빨간 자동차네."

  "무슨 빨간 자동차예요?"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대화는 자동차의 번호판을 읽어주고, 자동차의 주인을 상상해서 알려주고, 그 주인이 어디에 갔는지까지 이야기하고 다다에게 "이게 무슨 작은 빨간 자동차라고?"라고 되묻고 나서야 겨우 끝난다. 곧 시작될 "왜?"질문 공격은 어떨지. 수다쟁이 딸의 엄마, 아빠가 모두 수다쟁이인 것이 참 다행이다.


  다다와 대화를 하다 보면 새삼스럽게 다다와의 대화가 놀랍다. 이만한 아기와 이런 대화가 되다니! 오늘도 다다는 등원하며 친구들의 행방을 궁금해하고, 하원하며 우리의 행선지와 아빠의 퇴근 여부를 묻고, 저녁을 먹으며 아빠의 말장난에 웃고, 자기 전까지 삼촌과 이모의 근황을 살피다가 잠들었다.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나의 수다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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