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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빛 Jan 22. 2024

자기 계발을 꿈꾸는 초보 엄마들

12월, 대화의 조각


- 너네 하고 싶은 일은 언제 하는데?

보통 애기 재우고 하지. 그래서 다다 재우다가 같이 잠들면 다음 날에 괜히 허무하고 그렇더라.

- 새벽에 일어나서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던데 일단 나는 못 일어난다. 그리고 내가 일어나면 여름이도 어째 알고 일찍 일어나더라. 뭘 하고 싶으면 밤에 하는 게 편하긴 함.

- 근데 아직 햇살이는 자는 시간이 왔다 갔다 해서 밤에 뭐 하는 게 쉽지가 않다. 맨날 시간만 버리는 것 같고. 오빠랑 시간 보내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이도 저도 아닌 느낌.

- 근데 니가 하고 싶은 게 뭐길래?

- 몰라. 그냥 책도 읽고. 이것저것?

-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 애가 6개월이면 니도 엄마 된 지 6개월인데. 이제 수습 뗀 거나 마찬가지 아니가.

- 수습 뗐다고 니가 이제 좀 살만한갑다. 그거 자기계발병임.

- 맞네, 자기계발병. 그전에는 엄두도 안 났는데 햇살이 자는 시간이 그나마 일정해지나 싶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네. 크크.

- 나도 그렇긴 했음. 하고 싶은 게 딱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뭔가 할 일을 안 한 것 같고 시간만 버리는 느낌. 맞제? 나는 15분 단위로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좀 도움이 되더라. 다다 낮잠 잘 때 잠 안 오면 딱 15분만.

- 그거 괜찮네. 해봐야겠다.

- 6개월 좀 힘들제. 그래도 신생아 때보다 낫다 아니가?

- 응. 그때보단 낫지. 돌 지나면 더 괜찮나?

- 6개월보다 돌이 낫고. 두 돌 되니까 더 괜찮아지고. 애도 크고 나도 크고.

- 뭔가 좀 위안이 되네.

- 그래. 진짜 조급해하지 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생각해 볼 여유가 생각보다 빨리 오더라. 막상 그때 되면 가끔씩 다다 아기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그렇다.

- 쫓아오는 것도 없는데 쫓기듯이 살지 말자. 그래도 애는 너무 예쁘다 아니가?

- 맞지. 진짜 예쁘다. 그래도 애들 없이 우리끼리 보니까 좋네.

- 전생체험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진짜 좋다.




26개월 다다, 16개월 여름, 8개월 햇살이를 키우는 20년 지기 세 친구.

처음으로 아기 없이 만난 자유로운 1박 2일, 엄마의 자기계발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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