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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빛 Jan 29. 2024

truth well told: 잘 이야기된 진실

힘 빼기의 기술, 김하나(2017)

  truth well told: 잘 이야기된 진실


  김하나 작가의 ‘힘 빼기의 기술’에서 포착한 문장이다. 브랜딩이나 광고가 잘 말해진 진실이 되어야 한다는 광고인 박웅현의 말에서 인용한 것이고, 어느 광고회사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김하나 작가에게는 좋은 일과 새로운 경험만 적어두는 일기장이 있다고 한다. 바로 그 일기장의 내용들이 나중에 보았을 때는 잘 이야기된 진실이 된다. 비록 현재의 나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일기장 속에서는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사소한 경험에도 즐거워하고 있는 것. 그렇지만 그것들이 거짓말은 아닌 것.


  작년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온맘 작가님의 성장하는 글쓰기에 참여하게 되면서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있다. 나만의 콘텐츠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세상에 네 살 딸을 키우는 서른네 살 엄마는 많을 것이고, 워킹맘은 당연히 더 많을 것이다. 이천 명에 가까운 유치원 특수교사가 있고, 그중 언어 재활자격증이 있는 교사도 물론 있을 터이다. 출간 작가는 매일 탄생하고, 출간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나에게만 있는 이야기는 대체 무엇일까?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 썼던 글은 배구와 딸의 언어 발달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배구 이야기를 꾸준히 쓰기엔 내 실력이 그리 꾸준히 늘지 않았다. 딸의 언어 발달에 대한 글은 전문성을 가미해 쓰면 좋겠다며 시작했지만, 자식 자랑을 늘어놓은 그저 그런 글이 되는 것 같아 슬그머니 접었다. 한참을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망설이다가 성장하는 글쓰기에서 얻은 글감으로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었다.


  ‘대화의 조각’에서는 일상에서 나눈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모으기로 했다. 시답잖은 듯했던 대화도 곱씹으면 간혹 마음을 건드는(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구석이 있기에 모아둘 가치가 있다고 여다. 조각들이 모여 그럴듯한 대화집이 되기를 기대하며 비정기적으로 쓸 요량이다. ‘제철일상’은 철을 알고 살아야 한다는 나름의 신념을 담은 우리 가족의 생활을 글로 옮기는 것이다. 신념이라니 조금 거창하게 보이지만 겨울에 따뜻하게 입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제철 음식을 조금씩 챙겨 먹고,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꿀배를 먹는 일처럼 알고 보면 소소하기 그지없는 일상의 기록이다. 적어도 사계절은 담아내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책을 읽고 떠오르는 책과 관계없는 이야기들을 쓰는 ‘책 얘기는 안 하는 독후감’을 쓰기 시작했다. 책에서 시작된 인사이트지만 책을 넘어 뻗어나가 버려 독후감이라기엔 애매한 위치에 있는 바로 지금 쓰고 있는 이런 글이다.


  언어 재활자격을 가진 10년 차 특수교사의 전문성이라던가 상위 1% 수준의 언어 발달을 보이는 딸을 키우는 이야기가 나만의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워킹맘이 석사 과정을 시작하는 고군분투의 이야기가 쓰고 싶어 질지도 모르고, 다시 배구 이야기를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무엇을 쓰든 쓰지 않든 간에 나는 내 삶에서 계속해서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럴듯해 보이는 글 속의 나와 달리 현실의 나는 자주 초라하다. 그 괴리감이 왠지 부끄러워 쓰지 못했던 글을 이제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나를 잘 이야기할 것이고, 글 속의 그럴듯한 나는 잘 이야기된 것일 뿐, 거짓이 아니니까. 내가 남긴 나의 좋은 점만을 보며 잠시 뿌듯해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 나라는 상품의 마케터가 되어 나를 잘 포장 세상에 놓아도 되지 않을까.


힘 빼기의 기술, 김하나(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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