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세 없이 달려왔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그러다 나를 찾고 싶어졌다. 더 이상은 휩쓸리고만 있진 않겠다고. 내가 나를 더 알고, 내 인생을 설계해보고 싶다고. 그런 순간에 나는 글쓰기를 만났다.
처음에는 오직 나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굳이 말하자면 미래의 나를 위해서 이런 것들을 했다 정도는 기록하고 싶었다. 나는 인생에서 남길만한 추억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차곡차곡 채워나간 일기는 10권이 넘었다. 책을 읽다가, 가슴을 울리는 몇 문장을 만났다. 이윽고 생각했다. 시공간을 넘어서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책이란 얼마나 멋진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글은 더 이상 일기에 머물지 않았다. 가장 글에 적합한 SNS 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썼다. 때로는 유익함에 초점을 맞춘 글을 써 내려갔다. 일종의 공부처럼 말이다. 최고의 학습법은 남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많은 책을 쓰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이 배운 것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때로는 나의 경험과 생각을 쓰기도 했다. 글로 써 내려가면 생각은 점점 깊어졌다. 어느 생각은 자라나고 성장했다. 나는 그렇게 누군가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써갔고, 그 글자 수를 채워갔다.
글쓰기는 사고를 확장하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이것이 글쓰기를 꾸준히 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 글을 쓰는 게 결국은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 대해서 몰랐던 점을 찾고, 생각을 정리하고, 하나의 마음을 먹게 되는 과정이 글을 쓰면서 가능했다. 즉 글쓰기는 그런 것이다. 남들에게 인정받거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나다움'을 찾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된 것뿐만이 아니다. 나의 주변 세계를 다시 한번 알게 된다. 내가 하고 있었던 오해들, 스쳐 지나갔던 일들을 다시 꺼내어보고 먼지를 털어내는 작업이었다. 지금 나 자신에 대해서도 들여다보는 것이다. 글을 쓸수록 자신의 세계를 가지게 된다. 둥둥 떠다니는 희미한 무언가가 아닌, 조금 더 선명한 세계가 자신에게 온다. 나는 그런 순간들이 좋아서 계속 글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둘 생각은 없다. 기쁨이 없었다면 아마 글쓰기는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글쓰기가 아무리 독자를 위한 것이라고해도 가장 먼저 중요한 독자는 나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글을 아무리 독자를 위해서 쓴다고 해도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지금도 누군가 내 글을 아무도 읽지 않는다고 해도 글을 쓸 것이다. 글쓰기가 주는 가장 달콤한 기쁨이기 때문이다.
글을 진지하게 써보기로 마음먹었을 때 썼던 짧은 글이 있다.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을 때 스스로 썼던 일종의 응원이자 다짐이었다. 지금도 나는 이 글을 무척 좋아한다. 글을 쓸 때 느꼈던 감정이 떠오른다. 그때 내가 이 글을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어디서 왜 썼는지 선명하게 남아있다. 글은 힘이 있다. 나는 그 힘을 좋게 쓰고 싶다. 아무도 기댈 곳이 없을 때조차 나는 내 글에 기댈 수 있었다. 그러니 그런 글을 써보자. 분명 힘이 날 것이다.
글 쓰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글을 잘 쓰는 건 어렵다. 마음을 울리는 글을 읽으면, 그 글을 쓴 이가 부럽다. 어떻게 저렇게 글을 잘 쓸까? 어떻게 저런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을까? 나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나의 글은 하찮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생각을 멈춘다. 빠르게 스스로를 다독인다.
나도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 나도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고난과 역경을 겪지 않았더라도 평범한 삶을 보낸 나라도 할 말이 있다. 그렇게 되뇌고 글을 쓴다. 하루에 열 줄의 글을 쓰자. 그러면 늘겠지. 안 늘면 그다음 날에도 쓰자. 나는 어제보다 나은 글을 쓸 것이다. 계속 쓴다. 그 마음이 전해질 때까지, 계속 쓴다.
글은 나를 그대로 드러낸다. 내가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그러니 진심을 담에 솔직하게 쓰기만 하면 된다. 아무리 멋진 기술을 안다고 해도 내 글에 적용할 수 없다면, 소용이 없다. 스스로 터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리고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글쓰기는 재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재능은 영감이 머리에서 번뜩여 술술 써내리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고 싶다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온다면, 그건 재능의 표시다. 보통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실을 기억하자. 글에 관심을 가지고 쓰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하나의 재능이다. 우리는 그런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창작자의 자질을 타고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만약 아니라면 이 글에 관심도 없을뿐더러 끝까지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더 펼쳐보자. 내가 펼쳐서 손해 볼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꺼낼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별로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그만두게 할 동기가 되는 건 아니다. 딱 10센티만 전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