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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Feb 24. 2024

피드백을 받는 것은 두렵지만 도움이 된다

이번 가을에  눈에 띄는 에세이 수업을 발견했다.  일주일한 번 홍대에 가서 수업을 듣고, 앉은자리에서 글도 조금 쓴다. 일주일에 한 편씩 에세이 과제가 있는데 제출하면 편집자의 피드백을 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편집자의 피드백'

전문가가 읽는 내 글은 어떨까? 어떤 부분이 부족할까? 궁금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두려움이 슬금슬금 몰려왔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나는 글에 대한 피드백이 두렵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글에 대한 결점을 듣는  게 그렇다. 내 글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어디 쉬운 일인가. 글의 결점이 나의 결점처럼 느껴질 때면 마치 상처에 누군가 소금을 친 것처럼 아파한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궁상이지만)


피드백이 싫으면 받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드백 받으면 글이 확실히 전보다 좋아진다.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내가 쓴 글을 나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글과 거리감이 생겨 내 눈에도 고칠 것이 보일 때도 있고 그래서 얼굴이 화끈해진 채로  고치기도 하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절대로 발견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도망치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엔 다시 피드백을 받으러 가는 것이다.


결국 이런 이유로 에세이수업을 들었고, 4편의 과제를 제출했다. 시간이 지나자 4통의 피드백이 메일로 날아왔다. 하지만 차마 바로 읽어볼 수 없었다. 일단은 신춘문예 소설 먼저 끝내놓고 볼까? 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들었다.  그렇게 열어보는 게 무서웠던  나는 파일만 저장해 둔 채 열어보지 않았다.


겨울이 찾아왔고 신춘문예 소설을 마무리지어 제출했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할 구석이 없었 나는 피드백 파일을 다시 한번 마주했다.'하나부터 열까지 다 별로예요', '이 글은 버려야 합니다'와 같은 피드백은 없을 텐데도  불구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심호흡을 한 뒤 글을 읽었다.


이번 에세이의 분량은 A4 1장에서 2장 사이었는데,  편집자의 피드백으로 A4  3장이 되어 돌아왔다. 단어나 조사, 문장들을 꼼꼼히 체크해서 보내준 걸 보면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싶었다.  자주 반복되는 단어나 어색한 문장을 콕콕 집어내어 세세하게 적어주었다. 글에 대한 감상까지 짧게 적어준 것을 보면 얼마나 세심하게 읽어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좋다, 싫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짚어주는 좋은 피드백이었다.  글의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고 글의 구조나 문장 등 더 나은 방향으로  안내해 줬다. 


결국 이렇게 도망치고 두려워하면서도 나는 결국 피드백을 받. 진부한 표현이지만 쓴 약이 몸에 좋다는 건 맞는 말이니까. 이번 피드백으로 조금 더 나은 글을 만드는 게 앞으로의 목표다. 한번 붙은 글습관을 버리긴 어렵겠지만, 바꿔야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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