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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하 Sep 01. 2023

기억의 물건

다이알 비누


침안뱉고, 담배꽁초 안버리고, 화장실에서 손씻고, 뒷사람 위해서 문잡아주고, 차선 바꿀때 방향지시등만 꼬박꼬박 켜면 우리나라는 조금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몸이 기억하게 된 비누향에 대한 이야기다. 상표와 향기까지 기억되는 비누는 다이알 비누, 아이보리 비누, 드봉 비누, 알뜨랑 비누다. 다이알 비누는 라이센스 생산을 했고, 아이보리 비누는 미제가게에서 흘러나왔다. 


초창기 노란색 다이알 비누와 흰색 아이보리 비누를 비교하면, 비누 거품의 부드러움은 아이보리가 우세했다. 다이알 비누는 아이보리보다 단단했고, 향기가 좀 더 강렬했다. 더 자극적인 느낌이었는데, 아이보리의 소구 포인트는 '거품이 눈에 들어가도 따갑지 않다'였다. 몇 번 임상을 해 봤는데, 눈을 뜨고 세수를 해도 아이보리 비누는 괜찮았다. 하지만 난 아이보리의 부드러움보다 다이알의 쨍쨍함이 좋았다. 


드봉 비누는 비누 다운 냄새의 다이알, 밀키한 느낌과 냄새의 아이보리와 비교해 프랑스 향수 같은 냄새를 추구했다. 드봉 비누를 화장실에 놓으면 마치 방향제처럼 비누 냄새가 퍼졌다. 


알뜨랑은 녹지 않는 비누(!)가 컨셉이었다. 동네 목욕탕과 군대 내무반의 우울한 기억은 물론 지금도 어딘가 화장실에 꼬질하게 놓인 비누라서 그런지 내게는 유쾌하지 않다. 마이너하지만 오이 비누나 인삼 비누도 있었다. 참 뜬금 없는 추억이다. 

다이알 비누를 사용하고 싶어서, 한때 코스트코에서 다이알 물비누를 사서 쓰다 어마어마한 용량에 질려버린 적이 있다. 요즘은 이솝 핸드워시를 사용한다. 다이알 비누 가격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지만, 이 정도는 소비할 수 있는 어른이 된 기분으로 사용한다. 그래도 늘 다이알 비누향이 그립다. 마치 이건 올드스파이스 냄새나 폴로 초록색 향수 냄새처럼 기억 저편 몸에 쌓여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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