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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하 Feb 02. 2020

포르투, 렌터카 유리창 파손 참사! #1

All the windows are broken.

유럽, 포르투갈에서 렌터카 여행은 신속한 이동이 가능해져 대중교통을 탔을 때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준다. 이번 포르투갈 여행도 마찬가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불편해서 가보지 않았을 두 번째 가장 서쪽 곶(Cabo Espichel)에 가서 사진기로 차마 담지 못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https://goo.gl/maps/ojm6YkAbXY8A7GDL6


작은 교회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의 해단 예배를 몰래 본 것도 멋진 경험. 그런데 주차장이 딸린 숙소를 구하지 않으면 주차 지옥에 빠지게 된다. 특히 낯선 언어와 기호들을 마주하면 여기에 내가 차를 세워도 되는지 모호해진다. 리스본에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에어비앤비 숙소 앞에 핑고도스라는 큰 슈퍼가 있었고, 슈퍼 위에 주차타워가 있어 해결했다. 12시간이 넘으면 24시간까지는 20유로. 맘 편한 값으로 매일 20유로를 지불하며 주차타워에 세웠다. 


그런데 포르투에 도착해 에어비앤비 컨시어지(아주 사업적으로 하는 에어비앤비다)에 물어보니 (이전에도 분명 숙소 앞에 세워라! 고 이야기했고) 숙소 앞에 세우라고 한다. 그런데 숙소 앞을 보니 도저히 차를 세울 수 없는 넓이. 결국 숙소 옆 상 프란시스코 교회 옆 주차장(Parque estacionamento SABA)에 차를 세웠더니 24시간에 30유로. 30 유로면... 4인 가족의 저렴한 식사, 혹은 4인 사족의 풀 코스 식사의 1/2-1/3 가격이다. 


위 주차장 표식 중에서 das 9 as 19h는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까지만 운영한다는 표시. 그런데 포르투 시내는 대부분 맥시멈 2시간으로 끊긴다. 


"5시쯤 길가 주차장에 세우면 다음날 아침까지 세울 수 있을 텐데..."


멋진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1월 28일 포르토에 도착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오후 5시쯤 노상 주차장에 차를 세우기 위해 차를 끌고 나갔다. 주 경찰서 건물 옆을 한 바퀴 돌고 자리가 없어 바로 옆 노상주차장을 발견하고 차를 세우려고 했다. 


노상 주차장마다 있는 노숙자 아저씨가 자리를 안내해 준다. 차를 세우고 티켓을 뽑으려고 하니 "노 티켓"이라 말한다. 가만 보니 주차선이 그어져 있지는 않은 곳. 앞뒤로 차가 있다. 바로 옆이 주차선이 그어진 곳. 아저씨에게 기쁨의 1유로를 주고, 행복하게 헤어졌다. 다음날 오전 무사히 차를 뺐다. 


"포르토 주차 이야기 읽어보니 현지인들도 다 세우라고 한다고 해."

"노숙자 아저씨가 그냥 세우라고 했어."

"여기 세우면 되겠네."

"1유로 싸네. 29유로 아꼈어!"


기쁜 마음으로 비 오는 포르토 둘째 날 일정을 시작했다. (포르토 빗속의 일정은 천천히 발행하고) 그리고 그날 저녁 구글 맵에 찍어 놓은 주차장을 찾으니 새로 바뀐 노숙자 청년이 있다. 얼마나 세울 건지 물어본다. 


"라스트 모닝."

"오케이. 노 프러블럼."


길 끝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 차를 세우라고 한다. 친절하게 차를 돌리는 안내까지 해 주었다. 내 앞에는 캠핑카가 주차되어있었다. 아 이곳이라면 안심이다. 기쁜 마음에 1유로를 줬다. 


"땡큐 마이 프렌드."

"따봉"


아는 포르투갈 말로는 오브리가두(고맙습니다.), 싱(예스) 그리고 따봉! 서로 엄지척을 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고 29일 수요일 주야장천 비가 내렸다. 차를 빼 근교를 다녀왔지만 빗속에서는 딱히 볼만하지 않았다. 비가 오니 노숙자 아저씨도, 청년도 출근하지 않았다. 좀 일찍 차를 세우고 휴식. 다시 다음날 잠깐 다녀왔다가 돌아왔다. 역시 빈 곳에 차를 세우고 마음 편하게 10분 거리 숙소로 돌아왔다.  


화(28), 수(29), 목(30)까지 안전했던 주차장. 이런 곳은 포스팅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금(31) 요일에도 자연스럽게 차를 세웠다. 오후에 돌아와 이번에는 마침 비어있던 주차선에 차를 세웠다. 그렇게 불금이 지났다. 밤늦게 파두 노랫소리가 어딘가 라이브 바에서 흘러나왔고, 집 앞 골목으로 청년들의 소리가 시끄러웠다. 비는 여전히 내렸고, 멀리 갈매기 소리도 끼룩거렸다. 


"차 잘 있나 산책 삼아 가보지?"


딱히 그동안 안전하던 (이미 내 주차장이라고 부른) 그곳에 차를 세웠으니 별 걱정은 없지만, 아침 운동 삼아 오전 8시에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과감하게 계단을 걸었다. 하나둘... 대략 330개쯤 되는 계단을 헉헉 거리며 걸어 올라 저 멀리 주차장에 세워진 내 차를 봤다. 뭔가 불안하다. 그동안 오전에 늘 차들이 많았는데 근처에 차들이 별로 없다. 마음이 싸했다. 차 유리에 반짝이는 빛도 이상했다. 

놀랍게도 주차구역이다!

불안한 마음은 늘 현실이 된다. 제일 먼저 보이는 조수석 쪽 유리창이 모두 깨져있었다. 뒷 유리도 깨졌고, 운전석 쪽 유리창도 깨졌다. 앞 유리창은 돌로 찍은 자국 서너 개가 어지러웠다. 왜 그랬니... 차에 아무것도 없는데...


내 앞 차도 작은 유리가 하나 깨지고, 내 옆 차는 조수석 앞뒤 유리가 깨졌다. 그런데 난 왜 모든 유리창이 깨진 거야? 응? 아무리 봐도 뒷유리창에 커다랗게 붙여 놓은 'eurocar'라는 누가 봐도 '렌터카예요!'라는 딱지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 차를 세우러 온 포르투갈 사람들이 차 유리가 모두 깨진 차 앞에서 우산을 들고 황망하게 서 있는 동양인을 보고 모두 "폴리스!!"를 외쳤다. 친절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그런데 이미 내 차는 모든 유리창이 깨졌다고! 게다가 내 전화기는 유심을 바꿔서 전화가 안된다고! 데이터 온리 유심이라고! 


막 차를 세운 포르투갈 사람에게 난처한 표정으로 "폴리스 콜"을 외쳤다. 그 사람이 "112"를 불렀지만, "마이 폰 낫 워킹"을 소리쳤다. 내 전화기는 일 못해! 그 포르투갈 사람이 친절하게 112에 전화를 걸어줬다. 전화번호 하나를 받아 적으라고 하더니, 다시 그쪽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고를 했으니 올 거라고 기다리라고 한다. 역시 친절한 포르투갈 사람... 그런데 경찰이 안 온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안쪽에 차를 주차했던 포르투갈 청년이 차를 끌고 나오다 차를 세운다. 


"신고했니?"

"응. 기다리고 있어."

"나도 어젯밤에 깨졌어."

앞유리 작은 부분이 깨져서 비닐로 붙여 놓은 게 보인다. 

"왜 그런 거야?"

"저기 클럽이 있어."

'아...'

"오래 기다렸는데... 경찰."

"오래 걸려."


한참을 같이 걱정을 해 주다 간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지나가다 혀를 찬다. 낯선 풍경은 아닌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경찰은 죽어도 안 온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숙소로 뛰어갔다. (숙소 열쇠는 1개고, 열쇠가 없으면 안에서도 안 열린다... 도대체 이 시스템은 뭐니? 그래도 멋진 숙소다) 나보다 훨씬 영어에 능통한 큰 아이와 아내가 동행했다. 아침부터 320개 계단 두 번째 강행군. 힘들다는 생각보다 '혹시 경찰이 오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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