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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하 Feb 02. 2020

포르투, 렌터카 유리창 파손 참사! #2

경찰 신고, 폴리스 리포트, 렌터카 회사, 다행히도 풀커버 보험  

"렌터카 회사에 전화했어?"


24시간 대응한다는 전화번호를 찍어서 보냈다. 숙소에 있던 큰 아이는 유심을 바꿔 끼고 전화를 했다. 렌터카 회사, 영사관 등등... 그런데 모두 통화 실패. 일단 도루강변에 있는 숙소에서 차를 세워둔 루이스 다리 꼭대기 근처로 등산을 시작했다. 320계단... 사실 옆에는 전망대로 오르는 케이블 철도 프리쿨라(Funicular)가 설치되어있을 정도의 고난도 등산이다. 나는 아침에 이어 두 번째, 아이와 아내는 첫 번째 등산을 헉헉 거리며 시작했다. 


"다 깨졌네."


"응. 다 깨졌어."

"경찰에 신고했어?"

"응. 그런데 안 와."


청소하는 포르투갈 아저씨가 다가왔다. (대개 포르투갈 사람들은 영어도 꽤 하고 친절하다. 상당수지만 100%는 아니다.) 


"폴리스 콜?"

"예스. 웨이팅."


아저씨가 안 올지도 모른다고 바로 옆이 경찰서니까 거기 가서 신고하라고 한다. 친절하게 앞장서서 경찰서로 안내해 준다. 


"저기야."

"고마워."


큰 아이와 경찰서에 들어갔다. 


"영어 할 줄 아세요?"


그다지 바쁜 게 없어 보이는 경찰이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경찰차에서 내리는 경찰 한 명을 데려 온다. 


"우리 차 유치창이 깨졌어요. 저기 옆에 주차선에 세웠는데. 우리는 폴리스 리포트가 필요해요."


뭔가 난감해하더니, 투어리스트 폴리스에 가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안되냐고 하니까 거기에 가서 신고하라고 한다. 구글 지도를 켜고 한참 검색하더니 대충 "이 근처야!"라고 이야기한다. 그걸로 끝. 포르투갈 사람들은 분명 100% 친절한 게 아니다. 약 1킬로 미터 떨어진 곳으로 가야 한다. 택시를 탈까 기다리다 지나가지 않아 걸었다. 비는 오지, 관광이 아니라 유리창이 전부 깨진 차의 폴리스 리포트를 받으러 가는 길이지... 


'망할 놈의 유럽.'


어젯밤 낄낄대며 포트와인을 마실 때는 포르투갈 최고였다. 몇 시간 만에 망할 놈의 유럽이 되었다. 관광차 돌아다니던 상 벤투역을 지나 Aliados 광장(Fonte dos Aliados)을 지나, 시청 옆 포르토 중앙 관광안내소(Porto Official Tourism Office - Centre) 바로 옆이 관광 경찰서(Polícia Turismo)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차가 사고를 당했어요."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렌터카 서류를 내놓고, 여권을 보여줬다. 자 주차한 시간, 장소를 기록한다. 


"피해가 어떻게 됩니까?"

"유리창이 전부 깨졌어요."

"전부요?"

"앞유리는 타격만 입고. 나머지 전부."

"다른 건요?"

"차 내비게이션도 타격을 입었어요."

"잃어버린 건?"

"없어요."


한 20-30분쯤 폴리스 리포트를 꾸몄다. 리포트를 쓰는 내내 나머지 두 명의 경찰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낄낄댔다. 묘하게 거슬렸다. 


'니들 나라에서, 주차선에 차를 세웠다가 테러를 당했다고!'


뭔가 일상적인 일인 듯 보였다. 나중에 구글 리뷰를 보니, 차 사고 내용이 꽤 보였다. 사진을 올린 페이스북 포스팅에 영국에 사는 사촌 동생이 "영국 맨체스터에서는 초콜릿 먹으려고 창문 부순다는 썰도 많쥬..."라고 달기도 했다. 묘한 위로라니. 나중에 분실물을 최종 확인해 보니 조수석 글로브 박스에 넣어둔 외장 배터리와 딸아이가 먹다 놓아둔 초콜릿 과자다! 어쩌면 정말 '초콜릿 과자'를 먹기 위해 창문을 부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경찰이 조세 미구엘 아저씨였구나. 

폴리스 리포트를 받고 가까운 유로카를 검색했다. 800미터. 유리창이 모두 깨져 차를 운전하기 어려워 (비가 들이치겠지 뭐!) 다시 걸어서 유로카로 갔다. 


"차 사고를 당했다. 여기 폴리스 리포트가 있어."


렌터카 서류에 적힌 보험 등급을 보더니 "걱정하지 말아. 차 바꿔 줄게. 그런데 우리 지점은 모두 매뉴얼이야." 아,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꽤 큰 지점이던데... "포르투 공항에 가야 오토매틱이 있어." 


나도 매뉴얼 좋아한다. 첫 차도 매뉴얼, 아니 수동이었다. 두 번째 차부터 아내와 함께 운전하려고 오토를 샀지만, 뭔가 남자의 자존심은 수동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좁은 길과 고바위 투성이인 포르투갈에서 수동은 죽음이다. 그래서 아내의 충고대로 오토를 빌렸던 것. 


"유리창 깨진 차는 어떻게 해?"

"걱정하지 마. 너희 프리미엄 보험이니까."


렌터카 회사를 나와 택시를 탔다. 


"포르투 에어포트! 유로카!"

"오케이!"



포르투 공항 유로카 지점에서 렌터카 서류와 폴리스 리포트를 보여줬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곧바로 "그런데 차는 SUV가 없어서 웨곤으로 줄게"라고 한다. 뭐지? 이렇게 자연스러운 거야? 그동안 정들었던, 유리창 모두 깨진 지프 래니게이드는? 


"사고당한 차는 어떻게 하면 되니?"

"우리가 가지고 올 거야. 자동차 열쇠 가져왔지?"

"응. 여기 있어."


이렇게 끝나기는 아쉬웠다. 유리창이 왜 깨졌는지 묻고 싶었다. 


"유리창을 왜 깬 거야?"

"보통 스마트폰 같은 거 있으면 가져가려고 깨."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런 일도 있어."


뭐 너무나들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나만 이상했다. 운 좋다고, 새 차로 업그레이드해 준다고 해서 받아 든 최신식 레니게이드의 만신창이가 된 모습은 트라우마가 될 것 같다. 피아트 웨곤을 받았는데 뭔가 정이 안 간다. 


"리스본 공항에서 원래대로 반납하면 되고, 지프의 모자란 기름은 보증금에서 뺄게."


그러던가. 뭔가 괜찮냐고, 놀랐냐고 물어보지도 않는구나. 차를 가져와 오기로 다시 그 주차장으로 갔다. 둘째 날 만났던 노숙자 청년이 있다. 지프는 아직 가져가지 않았다. 


"이거 니 차 아니야?"

"응. 그래."

"오! 아임 소리 마이 프렌드."


(결국 저녁에 다리 건너 주차 타워로 옮겼다. 차라리 돈을 내고 말지. 아, 유럽은 꼭 풀커버 보험, 슈퍼 커버 보험, 프리미엄 보험 전부 같은 말이기는 하지만 꼭 들어야 한다. 렌터카 중계회사인 플랫폼에서 출시한 보험보다는 렌트회사 보험이 조금 더 비싸도 이런 사건사고 처리에 훨씬 유리하다. 사실 어제까지 풀커버 보험이 좀 아까웠다. 주차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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