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0일-2월 5일
리스본(Lisboa)
신트라(Sintra)
호카 곶(Cabo da Roca)
카스카이스(Cascais)
메코 해변(Naturist beach Meco)
예스피첼(Cabo Espichel)
오비두스(Obidos)
코임브라(Coimbra)
아베이루 Aveiro
코스타 노바 해변(Costa Nova Beach)
포르토(Porto)
기마랑이스(Guimarães)
마토지뉴스(Matosinhos)
빌라두콘드(Vila do Conde)
포르투갈에서 마지막 밤이다. 리스본에서 일정을 시작해 리스본 근교를 돌고, 포르투로 들어와 다시 내일 리스본으로 돌아간다.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나라. 유럽 서쪽 끝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바다로 나가야만 했던 나라. 하지만 무어인이나 스페인에게 점령당하기도 했던 작은 나라. 영광과 쇠락과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들이 시간이 지나 기묘하게 조화를 이룬 나라. 시간이 있었다면 좀 더 공부를 했겠지만, 떠나는 날 마지막까지 복잡한 갈등을 마음에 담고 와야 했던 여행이었다.
중간에 비가 오기는 했지만 날이 좋았고, 오랜만에 보는 높은 하늘은 다양한 바다의 모습과 낡은 거리와 거대한 성과 다양한 아줄레주(포르투갈 타일)를 모두 다채롭게 비춰줬다. 맑은 하늘과 공기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 시간들.
렌터카 유리가 모두 깨지기도 했고, 큰 딸과 내가 새똥을 맞기도 하고, 야심 차게 도입한 듯한 포르투갈의 IT 기술은 이상하게 우리한테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동전을 넣어 자동으로 계산하는 기계는 오류를 일으켜 볶음밥 포장하려다 30분을 기다렸다. 자동차 테러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주차장. 나름 첨단 기술로 운영되는 주차장이라 최신 앱을 다운로드하여 마스터 카드를 등록하면 무려 30%(40%였나?)를 할인해 주고 있어 앱을 다운로드하였는데... 3일 기간 중 출차는 매번 인식 오류. 인터폰을 눌러 엉망인 영어로 "I used an app to booking my car, but it won't open!"을 외쳤다. 오늘 저녁에는 들어갈 때 인식이 안돼... 주차권을 뽑았다. 내일 나갈 때 다시 "I used an app to booking my car, but it won't open!"을 외쳐야지. 대충 외치면 열어준다.
아, 또 있었다.
"Lucky you. Bran-new!"라고 해서 엄지척 해 주고 받아온 래니 게이드는... 후에 가혹하게 창문이 모두 깨질 운명이었지만... 요소수가 떨어져 계속 계기판에 몇 킬로미터만 더 가면 퍼진다는 영문 협박 메시지를 보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 요소수! 래니게이드는 요소수를 DEF(Diesel exhaust fluid)라고 표기했다. DEF는 무려 디젤 배기 유체!!! 처음에 들어간 주요소에서 DEF를 원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없다고 대답. 검색 후 'AdBlue'라고 부른다는 걸 알아서 구매 성공. 무려 10리터를 붓고 나서 메시지가 사라졌다. 그런데... 왜! 왜! 유로카는 요소수를 안 채워 놓는 거지? 브랜뉴를 강조할 게 아니라 요소수를 채웠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긴... 사고 이후 받은 피아트는... 무려... 와이퍼액이 없었다. 아... 여기 유럽이지.
그래도, 코로나 바이러스 옮는다고 인종차별당한 경험은 없으니까. 좋은 시간... 좋은 경험, 네 가족이 한 번도 싸우지 않았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다시 브런치에 첫날부터 렌터카 분투기를 올려야지. 렌터카가 있었으니 갈 수 있었던 좋은 곳들, 우연히 찾아간 해변의 레스토랑에서 생선구이를 배 터지게 먹고도 90유로가 안돼서 즐거워했던 기억, 절벽 위 절경을 구경하고 스카우트 대원들의 해단 예배를 슬쩍 구경했던 경험들... 이젠 안녕. 언제 또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