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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Sep 23. 2024

네부타 축제의 열기 속으로

아오모리현의 네부타 와랏세를 만나다.

 유난히도 무더운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2일,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남들은 이 더위에 왜 덥고 습한 일본을? 하지만 도호쿠의 3대 마츠리를 만나러 가는데 이런 무더위쯤이야 하는 나름의 속셈이 있었다.      

 웹 사이트에서 숙소 예약을 하려는데, 허걱, 아오모리 역과 부근의 호텔이나 숙소는 이미 예약이 다 차 있다. 밤늦게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녀 얼른 근처 숙소에 들어가 쉬려고 일본 현지인들도 빛의 속도로 광클하여 예약 전쟁을 벌인다. 음~~ 어차피 외국인 대상 JR 신칸센 5일 이용권을 구입하였으므로 비싼 티켓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노란 건물이 인상적인 모리오카 역 앞 냉면으로 유명한 푠푠사 뒤에 위치한 R&B 호텔을 예약했다. 모리오카는 도호쿠 라인과 아키타 라인의 교차로에 위치하므로 교통의 편의성이 높다. 축제는 오후에 진행되므로 모리오카 명소도 둘러볼 겸 오전 시간을 슬기롭게 보낼 수 있으나 차라리 잘되었다.  


  아오모리현의 경제를 지탱해 주는 관광산업의 대표는 일본 3대 축제의 하나로 꼽히는 네부타축제이다. 매년 8월 2일~7일에 개최된다.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츠리는 센다이의 타나바타마츠리, 아키타의 칸토마츠리와 함께 일본 도호쿠 지방 3대 마쓰리 중 하나이다.


 모리오카에서 신칸센 타고 40분 거리의 신아오모리역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정도. 아오모리역으로 이동하는 jr 플랫폼부터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혼잡했다. 화려하고 독특한 네부타 조형물이 반기는 아오모리역사를 빠져나오는데 인파의 행렬이 길다. 역 앞 관광안내소, 맞은편, 붉은색의 독특한 단층 건물이 눈에 띈다. 네부타의 집 와랏세! 사진으로 봤던 이 멋진 건축물은 4면 외관을 다크 붉은색 철기둥으로 덧대고 곳곳은 휘어지게 만든 구조물이었다.

 이곳은 실제 축제에 사용된 대형 네부타가 전시 중인 네부타 박물관이다. 내부에 들어가니 축제 모습이 스크린에 상영되고 있고, 시대에 따라 변화되어 온 네부타의 제작 기술과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터치할 수 있는 네부타와 장인들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공연장에서는 축제 상황을 재현하며 큰 북을 치고, 바라보는 관람객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다.


와랏세박물관과 A팩토리 네부타 축제 광장


 와랏세 옆 광장에는 벌써부터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고,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아오모리 호타테쑈유아키로 유명한 가리비 간장구이를 구입, 쫄깃한 식감과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베이브리지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한입 베어 먹으니 달콤 짭조름하다. 함께 구입한 신선하고, 상큼한 지역 명물 사과주스도 너무 맛있다.  해변에 세워진 노란색 아오모리에 서서 사진을 찍고, 사과모양의 조형물에 앉아 포즈를 취하며 고향이 아오모리여서 오사카에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아왔다는 하네토 복장의 여성들과 서툰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는데 여기저기 하네토 복장을 한 사람들 모여들어 북적이기 시작했다.            


축제 참가 하네토 복장과 네부타 오두막


 아오모리현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삼림과 평야 지역이 있어 전년 사과 수확량 45만 7900톤, 전국 1위이며, 마늘도 많이 재배한다. 와랏세 건너편에 줄지어 선 A팩토리는 아오모리  사과로 만든 사과주와 사과주스를 비롯. 과자류, 가공품, 신선한 야채와 과일 등 현지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 스타일의 면세 쇼핑센터이다. 사과주 제조 과정을 관찰하고 시음권을 구입해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아오모리 관광 물산관 아스팜 가는 길 오른편으로 네부타 오두막이 세워져 있고, 행렬에 나갈 형형색색의 거대 네부타들이 칸칸이 들어서 있다. 회사 동료와 친구들, 가족 단위 등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고깔을 쓰고 사진들을 찍고 있어서 나도 한컷 찰칵. 많은 인파가 몰리는 만큼 홍보 효과도 좋아 단체 후원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좌석 판매 등으로 행사를 유지할 비용을 충당할 수 있어, 아오모리현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고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네부타오두막에 전시중인 작품


 네부타란, 사람, 또는 여러 가지 모형의 등의 구조물을 말한다. 나무로 큰 틀은 나무로, 상세한 틀은 철사로 조정 후 종이를 붙인 후, 그림을 그려서 만든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네부타 제작의 기술 전수 및 전통 계승의 장인이 따로 있다. 과거에는 등불로 불을 밝혔기 때문에 불이 붙고 화재가 나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화재와 발열이 위험이 적은 LED 전구로 불을 밝히고 마이크와 스피커까지 설치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초경량 알루미늄을 사용하기도 한다. 네부타를 제작하는 데는 3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공들여 만든 네부타는 축제 기간 평가를 받고, 심사를 거쳐 수상한 네부타는 해상 운행의 영광과 왓세라 박물관에 보관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행사 마지막 날인 7일에는 대미를 장식하는 해상 운행과 대형 불꽃놀이가 진행된다.


 대형 네부타는 무게가 무려 1톤을 넘어가기도 한다. 무척 무겁기 때문에 여러 명이 모여 끌고 가야 하고, 코스를 한 바퀴 돌면 다들 지쳐서 조용히 끌고 가기도 한다. 나머지 네부타는 축제가 끝난 뒤 해체돼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전해지거나 등불이나 부채 등으로 재활용된다. 네부타의 경제 효과는 10년 전 이미 3,0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이다.  점포나 가게에서 자체적으로 네부타를 제작해 수레에 자신들의 가게나 점포 이름을 다는 것으로 시작했으며, 비용이 많이 들어 점차 지역 기업 단위로 참가하기 시작하여 대기업까지 가세하여 현재에 이른다.

 워낙 많은 인파가 몰리는 큰 축제다 보니, 네부타 축제를 관람하려면 미리 좌석을 예약하지 않고는 발 딛고 설 자리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저녁 7시에  3.1km의 코스를 행진하는 네부타는 20여 개이며, 네부타 대상작은 마지막 날 해상에서 축제 후 네부타 박물관 와랏세에 전시된다.   

    

2024 네부타 대상 : 불교설화에서 유래한, 출산과 양육의 신

                         

 둥둥! 북소리에 맞춰 네부타 수레의 앞 혹은 뒤에서 춤을 추거나 뛰는 사람을 하네토 라고 한다. 하네토가 뒤따르거나 앞장서며 리더가 '랏세라~! 랏세라~!'라고 외치면 나머지 하네토들이 '랏세 랏세 랏세라!'하며 뛰는 동시에 더욱 흥을 돋우기도 한다. 의상만 갖춰 입으면 남녀노소 국적 불문하고 누구든지 자유롭게 참가 가능하다. 하네토 의상을 대여 비용은 대략 5000엔 정도,  마츠리를 제대로 즐기려면 하네토가 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미있다. 한번 네부타 축제 참가의 중독성이 매우 높다. 한번 참가해 보면 다음 해에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고 한다. 나 역시 내년 8월 초에 다시 찾아오고 싶다.
  

  해변 쪽 길에 Red String Monument "Two Persons“ 멀리 바다를 쳐다보고 서 있는 소년과 소녀의 청동 동상. 발밑이 빨간 실로 묶여 있다. 아오모리시와 하코다테시의 교류 사업으로 똑같은 조각상이 서로 마주 보도록 설치되었다.   인간실격이라는 자전적 소설을 유작으로 남긴 아오모리현 출신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의「붉은 絲」에 연관되어, 아오모리와 하코다테가 붉은 실로 묶여 있다고 하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2020년에 공개된 일본 영화‘실: 인연의 시작’은 서로를 그리워하는 렌과  아오이, 두 사람이 1989년 헤이세이시대의 변천과 함께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18년간의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는 실로 만든 팔찌를 통해 소중하고도 따뜻한 인연과 운명을 담고 있다.     

  …이 실들이 엮어 빚어낸 천은 언젠가 누군가의 상처를 따뜻하게 감싸줄지도 몰라. 날실은 당신 씨실은 나, 만날 수밖에 없는 실이 만나게 된 것을 사람들은 행운이라 부른다지요…

   

 아오모리 네부타 축제를 통해 2023년 10월 안동의 국제탈춤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국가무형문화재 24호로 지정된 차전놀이가 생각났다.  협동 단결성이 강한 차전놀이는 수백 명의 힘이 필요해서 안동시는 업무 협약을 통해 50사단 군인들의 힘을 빌렸다.

 2024년 5월 국립무형 유산원에서 무형 유산의 대중화를 위해 38건의 기획 행사를 펼쳤다. 그중 마을 청장년들이 동서로 편을 갈라 나무로 만든 동채를 서로 부딪혀 승부를 겨루는 안동 차전놀이가 진행되었다. 안동의 발전을 위한 귀중한 자원이 바로 차전놀이이다. 이렇게 우리의 협력과 상생의 문화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네부타 축제처럼 세계의 사람들을 중독시킬 수 있는 전통 놀이 축제의 참여 방안을 고민해 보며, 특별한 색깔이 있는 아오모리 여행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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