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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방빵 Apr 21. 2021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 ...

필자에게는 딸아이가 한 명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영어 학원을 그만두고, 필자가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필자의 영어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딸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그나마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필자가 욕심을 내 그 시간을 자청하였다. 그런데 어른들 말씀에 자식 공부 가르치는거 아니라고 했던가, 우리 부녀 사이는 처음 공부 시작할 때부터 삐걱댔었다. 이런 갈등을 아이의 사춘기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게 공부를 시작한 것이 아이 초등학교 때부터 였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각보다 공부를 곧잘 따라옴에 따라 아빠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욕심을 부려 혼내기 일쑤였고, 아이의 지능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성인 수준의 이해력과 암기력을 요구하며 과한 수준의 실력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며 아이와 필자는 영어 공부를 할 때마다 부딪쳤고, 아이는 두 번 수업에 한 번 꼴로 수업을 하다 눈물을 흘렸다.


Gettyimages 인용


우리 둘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었다. “이번주 토요일까지 배운 문법 다 암기하고, 문제 풀어놔”라고 숙제를 내주고 주말에 수업을 할라치면, 아이는 문법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무작정 외우기만 한 채 답만 적어 놓은 상태다. 그러면 필자는 또 은근히 화가 치민다. “암기를 해도 이해를 하고 암기를 하라고 분명히 얘기했잖아! 그리고 문제를 풀라고 했으면 당연히 풀어놓은 문제 답도 맞춰놓고,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 확인해야 할거 아냐. 문제 답 맞춰놓는건 기본이고, 이 문제의 정답이 왜 틀렸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그렇게 싫은 소리를 하고 나면 아이는 여지 없이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거다.


아이가 한참을 울고난 후 아이와 필자 모두가 진정될 즈음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 아이의 말이 맞다. 아빠가 분명 문법 구문 외우고, 문제 풀라고 해서 문법 구문 외웠고, 문제 다 풀어 놨는데 도대체 왜 혼내고, 화를 내냐는 거다. 그렇지만 필자가 생각할 때 필자가 숙제를 내줄 때 행간의 의미를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보면, 문법 구문을 외우려면 당연히 이해를 해야 외워지고, 문제를 풀면 풀어본 문제가 맞았는지 당연히 궁금해 답을 맞춰보고 싶을 것이며, 답이 틀린게 있으면 왜 틀렸는지 조급한 마음에 빨리 확인을 하고 싶은게 당연하지 않나? 음, 그렇다. 이는 화자(話者)에게만 당연한 소리다. 상대에게는 뜬금없는 소리이자 논리적 비약이고.


Gettyimages 인용


직장에서 팀장으로 승진을 해 Leader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느꼈던 답답함의 원인이 아이가 아닌 필자 자신이었단걸 깨닫게 되었다. 필자는 아이가 너무 어려 시킨 것만 그대로 하는 것이 답답했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해야 하는 당연한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역시 아이가 눈치 없고, 영민하지 못해 그런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비로서 이 모든 문제가 다름 아닌 필자의 Communication에 있었단걸 깨달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직장인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업무 방식 실태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업무방식 종합점수 100점 만점에 45점을 부여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업무 방향성(업무의 목적과 전략이 분명하다)과 지시 명확성(업무지시 시 배경과 내용을 명확히 설명한다)에 100점 만점 중 각각 30점, 39점이라는 낙제점수를 주었다.

또한 同 보고서에서 직장인들은 국내 기업의 업무방식을 생각할 때 86%가 ‘삽질·비효율·노비’란 말을 먼저 떠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업무과정이 비합리적인 이유로는 ‘원래부터 의미 없는 업무’(50.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전략적 판단 없는 하고 보자식 추진 관행’(47.5%), ‘의전·겉치레에 과도하게 신경’(42.2%), ‘현장실태 모르는 톱다운 전략 수립’(41.8%) 등을 꼽았다.

* 매일경제 ’19.7.12 자


Gettyimages 인용


생각해 보면 직장에서 Teamwork을 발휘할 때와 집에서 아이를 가르칠 때 필자가 Communication에서 범했던 오류는 동일했던 것같다. 다만, Communication의 상대방이 성인이냐 미성년 자녀냐의 차이일 뿐이고, 성인 어른의 경우 Leader의 Communication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스스로 이해하고, 이를 업무 방식이나 성과에 재구성해 적용하지만, 아이의 경우 아빠의 말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를 해석할 능력이 부족해 전달된 말 그대로 실천했을 뿐일 것이다. 필자의 문제점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고 있었지만, 상대에 따라 이 같은 Communication 단점이 보완되거나 덮어지기도 했고, 날것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을 뿐이다.


이 같은 Communication 오류는 위의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나타나듯 지금 이 순간도 많은 Leader들이 범하고 있고, Junior 직원, 특히 신입사원들이 골치 아파하고, 답답해 하는 문제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그러면 필자는 신입사원 시절 상사들의 말귀를 잘 알아듣고, 그들과 원활히 Communication 했을까?


Gettyimages 인용


이 글을 작성하며 신입사원 시절을 돌이켜 보면, 필자 역시 상사들의 Communication 방식에 불만이 많았었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이 보고서는 뭔가 좀 아닌 것 같아’, ‘Graphic을 파스텔톤으로, 감각적으로 만들 수 없어?', 'PPT 색감을 쌈빡하게(?) 조합할 수 없을까?’와 같은 외계어들을 들으며, ‘차라리 자기가 하지 왜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상한 소리들을 하는거야?’하고 궁시렁 댔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어떤가? 그렇게 지시했던 상사들이 무슨 말을 했던건지 의미를 조금 알 것같기도 하다. 이는 기업에서 작성하는 보고서를 20년 가까이 보아왔고, 컨설팅 회사의 보고 자료, 경쟁 입찰 Presentation 자료 등을 지켜보며 보고받는 입장에서 어떤 보고서를 원하는지 감이 조금 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에게 필자가 Junior 시절 들었던 말을 그대로 전달한다면 과연 그 친구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까?


Communication 오류나 전달 사고의 대부분은 Leader들의 불명확한 업무 지시와 전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물론, 필자가 Leader로서 Communication 할 때도 마찬가지다) 업무 범위와 결과에 대한 명확한 지시와 전달만이 Communication 오류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취준생, 신입사원을 비롯한 Junior 사원임을 감안해 Communication 관련한 뭔가 Tip을 드리려면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같다. 상사의 눈치를 잘 보고, 점쟁이처럼 상사의 의중을 잘 파악하며, ‘척’하면 ‘착’하고 알아들으라는 뚱딴지 같은 Solution 말고, 좀 구체적인 안(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Gettyimages 인용


다소 답답하고, 상사로부터 핀잔을 듣더라도 처음 Communication할 때 업무의 범위, 결과, 수행 방식 등에 대해 짜증나리만치 확인을 하고, 상호 정보가 정확히 공유되도록 노력해 보자. 필자도 겪어 봤지만, 사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상사에 따라 “이것도 못 알아듣고, 어떻게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하니?”, “너에게 일을 시키느니 내가 하고 만다”, “너는 어떻게 된 애가 상사의 업무 지시보다 질문을 더 많이 하는거니? 이렇게 이해력이 딸려서야 직장 생활하겠어?” 등의 자존심 긁는 무시무시한 소리들을 듣게 될 테니, 한 두 번 필자의 조언대로 실천해 보고는 예전의 Communication 방식으로 돌아갈 분들이 대부분일 것같다. 하지만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이런 방식의 Communication을 고집해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면 그 이후에는 그 상사가 어느 누구보다 편하고, 말이 잘 통하는 직장 동료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기간이 얼마나 길지는 장담 못한다)


불명확한 업무 지시, Communication 오류와 관련해 1차적 책임이 Leader에게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Leader의 업무 지시나 Communication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은 Junior 사원들 뿐이라는 점도 명심해 줬으면 좋겠다. Leader들이 사사건건 Junior 사원들과 부딪치게 된다면 그들에게 시간이나 인내심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그들도 그 상황이 불편해 스스로 조금씩 변화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직장 및 조직 생활에 있어 중요한 문제인 Communication 문제의 해결은 어느 누구 하나의 문제가 아닌, 직장 구성원 모두가 시간을 갖고 노력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하고 화두를 던지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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