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요즘처럼 낮았던 적이 있었을까? IMF 구제금융을 거치며 국가 위기를 맞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경제는 쉴 새 없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였고, 국가의 경쟁력과 경제 규모도, 개인의 삶도 끊임없이 윤택해져 왔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노력과 밤낮 가리지 않는 근로의 대가로 현 세대는 상대적으로 이전 세대 보다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고, 태어나면서부터 선진화된 문명과 부(富)를 누리고 있는 편이다.
때문에 기성 세대 어른들은 우리 세대, 특히 요즘의 20~30대 젊은 세대에게 이런 말씀들을 종종 하신다. '전쟁을 겪어봤어야...', '배를 곯아 봤어야...', '요즘 애들은 절박함이 없어', '먹고 살만하니까 배불러서 투정만 해', '요즘 애들은 헝그리 정신이 없어' 등등의 얘기를 직간접적으로 하고 하신다. 그럼 요즘 젊은 이들은 정말 걱정 없이 Utopia 같은 낙원을 누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그러면 청년 실업 40만이 넘는 시대에 좋은 직장*에 취업한 젊은이들은 승자의 여유를 누리며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영위하고 있을까? 'Winners take all'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승자 독식처럼 취업 전선에서 승리한 자들만의 League가 되고 있을까?
* 일단 대기업, 공기업, 외국계 기업 등을 좋은 직장이라고 가정해 보자
안타깝게도 취업을 하지 못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박탈감과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반면, 어렵게 취업을 한 젊은이들도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 '퇴사'라는 Keyword를 검색하며 직장을 그만둘 궁리만 하고 있다. 채용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유능한 직원, 능력있는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끈기 있게 직장에 다닐 수 있는 사람, 퇴사하지 않고 오랫동안 재직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내는 일에도 많은 Resource를 투입하고 있는 현실은 Irony하기만 하다. 의연하고, 뚝심있고 여유있어 보이는 직원을 채용했다고 생각했는데, 힘들다며 몇 달 후 그만두는 직원들도 부지기수고, 퇴직은 하지 않더라도 퇴직을 하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직원들에 대한 관리도 쉽지 않다.
그러면 이런 현상이 기성세대들의 관점에서 말하듯 끈기 없고, 배고픈거 모르는 '요즘 애들'의 문제일까? 위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인터넷을 Search하다 발견한 글인데, '아라 심리상담센터'라는 곳에서 대기업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상담한 내용을 간추려 놓았다. 150:1의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뭐 하나 익숙한거 없이 낯설고, 힘들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다들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을 기억하지 못해서일 뿐이지, 지금 기성세대가 된 어른들도 저런 기억이 다들 있지 않을까?
필자의 경우도 인사팀장, 채용담당자의 입장에서 잘 웃고, 밝게 회사를 다니던 친구들이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하면 당황하기도 하고, '요즘 애들' 운운하며 비난하기가 다반사였지만, 되돌이켜보면 필자 역시 위의 글과 동일한 심리 상태였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필자가 경험했던 좌절 사례들을 간략히 고백해 보면, 상사의 보고서 오탈자 지적, PPT 색감 및 Graphic Design, Wording 지적 등이 대부분이었다. 아마 사무직이고, 인사팀 소속이었기 때문에 이런 지적이 유달리 많았던 것같긴 한데, 당시에는 그런 지적들이 지겹고, 힘들고, 괴로워 자괴감마저 들었었다.
근로기준법을 설명하는 보고자료를 작성하는데, 오탈자 한 두개가 있다고 해도 의미 전달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으면 조용히 고쳐주고, 좋은 말로 타이르면 안되나? 회사에서 연봉인상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도대체 왜 색감이 중요하고, 그림을 그려 넣으라는거지? 파스텔톤? 그라데이션? 이게 왜 그렇게 중요해서 보고서의 내용이나 숫자 같은 중요한 것들은 보지도 않고, 성의가 없고, 생각이 없다며 왜 자존심 상하게 심한 소리를 늘어놓는거지? 작성한 보고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이건 뭔가 좀 그래' 하면서 다시 작성하라는건 그냥 갈구는건가? 이런 일들을 하루하루 반복되다 결국엔 '내가 이런거 하려고 직장에 들어왔나? 뭘 해도 이보다는 행복할거야'하는 생각으로 신입사원 입사 초기 사직서를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나만 직장에서 혼나고, 지적당하는 것같고, 나만 Loser인 것같고, 자존감이 무너지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지금와서 돌이켜 보니, 그 시간들이 나를 키웠던 것이고, 그 시간들을 포기하지 않고 견뎌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 역시 시간이 다 지나고 나서 할 수 있는 얘기일 뿐이고, 다시 시간을 되돌려 그런 상황을 맞는다면 예전처럼 버텨낼 수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꼰대같은 선배의 경험으로 지나온 날들을 떠올리며 말해줄 수 있는건 누구나 다 어려운 성장통을 겪고 있고, 그 형태나 상황, 정도가 다를 뿐 다들 비슷한 고민거리들 겪고 있다는 것이다. '나만'의 어려움은 절대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탈자, 보고서 Wording, PPT 색감, 디자인, Structure 등등 경험이 부족한거지 계속 하다보면 실력이 좋아지고, 잘 할수 있게 된다. Professional이란 단어의 의미가 전문성을 갖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 다른 사람보다 경험과 Detail이 있다는거 아닐까? 누구나 현재의 본인이 완벽한 것같고, 완성된 사람 같지만, 인간은 누구나가 다 부족하고, 미완성인 존재들이다. 현재의 불안과 시련을 나만 겪는 불행이라고 낙담하기 보다 일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이 또한 잘 지나보냈으면 좋겠다. 다만, 같이 일하는 선배가 작은 실수에도 예민하고, 유독 화를 잘 내거나 신경질적인 사람일 경우가 문제인데, 이런 경우 정 견디기 힘들면 성급히 Job을 포기하기 보다 직무를 변경하거나 팀 이동을 신청하는 방법 등을 통해그 사람을 잠시 피해보는 것이 좀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