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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대신 도파민을 조절한 방법

쉽다고 생각하기에 10년이 걸리는

by 고민베어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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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그 불균형을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까?


ADHD는 도파민 불균형이다.

내부 에너지가 원래 낮아서 끊임없이 자극을 찾고, 머릿속도 늘 시끄럽다.

그 자극 중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접근 가능한 것이 바로 맵고 달고 짠 음식이다.


자극적인 음식을 계속 찾다 보면, 소화기관은 망가지고, 체중은 늘고, 몸은 더 무겁고, 컨디션은 더 떨어진다.


그러다 보면 일은 더 안 되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귀찮아지고, 자신감도 잃고, 결국은 다 무너진다.

그렇게 무너진 나,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병원에 가면 약을 준다. 하지만 약은 단순히 도파민을 ‘조용히 시키는’ 도구일 뿐, ADHD의 장점을 살려주는 방식은 아니다.

상담실에 가면 우울과 불안을 다룬다. 하지만 감정보다도 도파민 속도를 먼저 잡아야 하는 ADHD인에게는, 그 접근이 오히려 벅차다.

운동이 좋다는 건 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운동을 시작하고 꾸준히 유지하는 건 ADHD에겐 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내가 찾은 첫 번째 해결 방법은, 식사 루틴이다. 거창한 것도 아니다.

4시간 간격으로 밥을 먹는 것이 기본이다.







몸에게 말로는 안 통한다. 음식으로 메세지를 보내야 한다.


“이제부터는 끌려다니지 않을 거야. 내가 너를 통제할게. 도파민아, 너는 나만 따라와.”


이런 메시지를 몸에게 주고 싶은데, 말로 해봐야 소용없다. 약 또한 '먹어서' 몸에게 호르몬 조절메세지를 보내듯이, 음식으로 몸에게 루틴과 패턴을 명령하고 그에 맞춰 움직이도록 할 수 있다.

배고플 때 아무거나 먹는 게 아니다. 정해진 시간에 ‘계획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제 때 밥 챙겨먹으라하는 잔소리처럼 먹으라는 말이죠?
그거 뭐 대단한 일도 아닌데... "





"대단한 일도 아닌데"가 함정이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서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해서 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내담자가 아닌, 나와 가족과 친지들을 '그냥', '의지로' 바꾸는 데에는 모두 10년이 걸렸다.


나는 8시, 12시, 4시, 7시에 알람을 맞춰둔다. (시간은 각자 스케줄에 맞게, 중요한 건 간격이다.)

우선은 식사 알람을 지키는 연습부터 시작한다.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식사를 업무의 하나로 인식한다. 스트레스 해소용이나, 즐거우려고 먹지 않는다.






클린식? 오히려 도파민을 더 자극한다


클린식을 먹어야 한다고 강박을 갖지 않아야 한다. 어떤 규칙이든 강박이 되거나 '억눌림'이 되면 거꾸로 식욕을 솟아오르게 한다. 대신, 평소보다 덜 자극적이게, 그리고 탄수화물 비율은 낮추고, 부족한 부분은 단백질과 지방으로 채운다.

가장 쉬운 예시는 한식이다. 밥 1/2공기, 국, 나물반찬, 단백질. 세상 그 어떤 메뉴보다 완벽한 식단이다.


많은 사람들이 ‘배고플 때’ 먹는다. 배가 안 고픈데 먹으면 살찔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배고프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적당히' 먹는 것이다. 이게 오히려 살이 덜 찌는 구조를 만든다. 배고플 때까지 참았다 먹으면 반드시 조금이라도 더 먹게 되어 있다. 몸과 호르몬은 예측가능할 때 식욕을 지나치게 올리지 않고, 지방을 축적하지 않는다.






충동 통제가 여전히 어려운 ADHD에게는 출구가 꼭 필요하다.


이 루틴의 목적은 절제가 아니라, 통제감이다.

지나치게 억누르는 순간, 충동은 튀어올라온다. 그러므로 통제가능한 출구를 만들어놓아야 한다.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먹고 싶은 것은 먹는 방법, 다음 글에서 이어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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